한은은 11일 사상 최대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한데 이어 당초 이번주 월요일 발표할 예정이었던 2009년 경제전망 자료를 12일 발표했다.
한은 발표에 따르면 4분기 경제 성장률이 전기 대비 -1.6%로 둔화될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0.9%로 회복이 되겠지만 1분기나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은 올해 연간 성장률을 3.7%로 전망했는데 이는 당초 전망 4.6%보다 0.9% 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 2.0% 역시 시장의 예상을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한은에 따르면 수출 성장률도 올해 4분기 -6.1%로 감소세로 돌아선데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10.7%로 감소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김재천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내년에도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체 경제성장률이 2% 내외에 그칠 것”이라며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조기에 수습되지는 않겠지만 하반기로 가면서 조금씩 나아지겠고 국내 경제도 하반기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내년 하반기부터 성장률이 점차 회복돼 2010년에는 4.0%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지난해까지 3~4%대를 유지했던 민간소비 증가율도 올해 1.5%로 급감한데 이어 내년에는 0.8%로 둔화될 전망이다. 연간 설비투자 증가율도 올해부터 -0.2%로 반전, 내년에는 -3.8%로 추락할 전망이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올해 -1.0%에서 내년 2.6%로 회복하겠지만 전반적으로 고용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취업자 수 증가인원은 지난해 28만명에서 올해 14만명으로 절반으로 급감한데 이어 내년에는 4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주목할 부분은 한은의 파격적인 금리인하가 과연 최악의 상황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인가다. 이미 한은이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쓴 상황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11일 금통위 회의 직후 “3% 기준금리가 유동성 함정에 빠진 상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아직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유동성 함정이란 기준금리를 내려도 가계소비와 기업투자가 일어나지 않고 시중금리가 반응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하한이 2~2.5%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그 하한에 가까워진 상황이라 이번 금리인하가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면 한은으로써는 재정지출 외에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 외에 다른 추가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웬만한 정책수단은 이미 상당한 정도로 사용 중”이라며 “한은법은 심각한 통화신용 수축기에 여러 비상한 수단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아직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비상수단을 쓸지, 지금은 그 경계선에 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상황이 더 나빠지면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등을 인수하는 등 직접적인 자금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미 주요 언론에서는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처럼 공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법에 따르면 심각한 통화신용 수축기에 금통위 4인 이상 찬성을 얻어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 총재 등은 가급적이면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고 시장원리에 의한 방법으로 해결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중앙은행의 발권력은 당장 문제가 없고 국회 승인을 얻어야 하는 정부 재정처럼 제약도 없다”면서도 “대가는 반드시 국민 모두가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미국 중앙은행은 이미 그 경계를 넘어 통상적으로 중앙은행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 경계선에 와 있는데 비상수단까지 동원하느냐를 판단하기에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