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와 인터뷰한 K씨는 “진짜 미네르바는 7명의 전문가 그룹이며 다음 아고라에 쓴 글은 대부분 자신이 썼고 검찰에 구속 기소된 박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씨는 그러나 “12월29일에 쓴 정부가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공문을 금융기관 등에 보냈다는 내용의 글은 자신이 쓴 것이 아니며 다른 멤버들도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K씨의 주장은 검찰의 기소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검찰은 미네르바가 쓴 글이 동일한 IP 주소에서 작성됐으며 이 주소가 박씨의 집에 있는 PC 주소와 일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신동아 보도에 따르면 K씨가 박씨의 집에서 작성한 것도 아니고 박씨에게 글을 올려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다.

K씨는 “멤버들 중 현재 연락이 두절된 한 사람이 박씨를 시켜 글을 올렸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 부분도 석연치 않다. 연락이 두절된 멤버와 자신들의 글을 공유한 이유도 분명치 않고 그 멤버가 굳이 박씨를 시켜서 미네르바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린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박씨를 포함해 최소 8명 이상이 같은 아이디로 글을 올리면서도 동일인이라고 착각할 만큼 일관된 어투를 써왔다는 사실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굳이 자신들이 그룹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고구마 파는 늙은이”라고 소개한 이유도 석연치 않다. 박씨가 자신들을 사칭해 여러 건의 글을 올리고 있는데도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K씨의 주장이 맞다면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로 최소 7개 이상의 IP 주소에서 글이 올라왔어야 한다. 그러나 미네르바의 IP 주소는 박씨의 집에서 나온 게 유일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박씨의 통화 내역과 이메일 내역까지 살펴봤지만 미네르바가 여러 명이라는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유력한 가능성이라면 신동아가 기고문을 조작했거나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K씨에게 속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박씨가 진짜 미네르바가 맞다면 신동아 기고문이 처음 나왔을 때 왜 자신이 쓴 게 아니라고 밝히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남는다. 박씨와 K씨가 어떤 이유에서든 서로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로 쓴 글의 IP 주소가 모두 박씨의 집에서 나온 게 확실하고 박씨가 미네르바가 본인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신동아가 K씨의 구체적인 신상명세를 밝히지 않는다면 이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검찰 역시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의혹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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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Comment

  1. 사건의 본질은 누가 글을 올렸다는 사실 보다는 그런 글을 올린 사람을 처벌 하려는 현 정권의 잘못된 방향일텐데 이제는 진실게임으로 이런 이슈들이 덮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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