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중독을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회사 업무 때문에 쓰는 몇몇 프로그램들이 윈도우즈에서만 돌아가는데다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인터넷 뱅킹이나 몇몇 사이트들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분투에 꽤나 적응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윈도우즈가 편한 것이 사실이다. 내가 윈도우즈와 우분투를 쓰는 시간 비율은 7 대 3 정도다.


사람들이 윈도우즈 세븐을 격찬하길래 윈도우즈 비스타를 밀어 내고 설치해 봤다. 윈도우즈 세븐은 비스타의 후속 모델인데 9월1일까지 쓸 수 있는 베타 프로그램을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다. 노트북에 DVD 라이터가 없어서 USB 메모리에 diskpart와 xcopy 등 코맨드 명령어를 써서 DVD를 통째로 옮겨 담아 부팅해서 설치했다.

xcopy dvddrive:\*.* /s/e/f USBdrive:\

결론은 아직 윈도우즈 세븐으로 옮겨가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설치도 빠르고 체감 속도도 더 빠른 건 사실이지만 일단 툭하면 멈추는데다 백신도 맞는 게 없고 인터넷 익스플로러 8은 역시나 액티브 X에서 말썽을 빚는다. 하드웨어 드라이버는 제대로 잡았지만 프로그램 호환성도 문제가 많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비스타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

아직 베타 버전이라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XP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이 비스타에서 돌아가지 않거나 비스타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이 세븐에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건 사용자 입장에서 성가시고 언짢은 일이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인터페이스가 개선되긴 했지만 딱히 놀랄만한 정도는 아니다.

작업 표시줄이 큼직한 아이콘 형태로 바뀐 건 마음에 든다. 직관적이고 많은 작업을 늘어놓을 때 편리하다. 바탕화면에도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인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별 소용이 없을 것 같다. 메모리를 생각해서라면 다 죽여 놓고 쓰는 게 나을 듯.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강화됐다고 하지만 글쎄 미디어 플레이어로 영화 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가볍고 안정적으로 쓰기에는 역시 XP가 가장 좋고 비스타는 비스타 대로 매력이 있다. 빠른 검색이나 강화된 파일 탐색기, 까다로운 보안 기능이 장점이라면 역시 무겁다는 게 한계다. 세븐은 그런 면에서 약간 어정쩡하다. 비스타와 비교해서 새로운 기능도 얼마 없고 그렇다고 XP나 비스타보다 더 가볍거나 안정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나는 정품 비스타를 쓰고 있는데 굳이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세븐으로 옮겨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세븐을 꼭 써야겠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 좀 더 안정적인 RTM 버전이 나오거나 정식 버전이 나온 뒤에 충분히 검증을 거치고 호환성이 보장될 때까지는 기다리는 게 좋겠다.

윈도우즈 비스타는 과거 윈도우즈 98과 XP 사이에 잠깐 얼굴만 비추고 사라졌던 윈도우즈 미나 윈도우즈 2000 같은 운명을 맞게 될까. 그런데 사실 하드웨어 사양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가볍다는 것만으로 세븐이 XP의 대안이 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결정적으로 세븐이 비스타보다 뭐가 더 나은지 나는 잘 모르겠다.

XP 사용자라면 굳이 비스타로 옮겨갈 이유가 없는 것처럼 세븐으로 옮겨갈 이유도 없는 셈이다. 비스타 사용자라면 더욱 마찬가지다. 베타 버전이니까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아직은 기대 이하다. 호들갑을 떠는 이른바 얼리아답터들을 나는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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