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보고서까지 통제 논란… 비관론 쓰면 금감원 전화 받아.

금융감독원이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증권사들에 함구령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증권사 리서치센터 책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가 구조조정 대상을 최종 발표할 때까지 이를 언급하거나 추측성 보고서를 써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엉뚱한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맥락이었지만 증권사들은 함구령으로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구조조정 명단이 확정되기도 전에 일부 증권사가 근거 없는 추측을 보고서로 써서 혼란을 불러 일으켜서 당부 차원에서 전화를 돌린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부를 했다고 하지만 누가 금감원의 당부를 무시할 수 있겠느냐”며 “사실상의 명령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문제의 보고서는 KB투자증권이 지난 20일 쓴 “더 빠르게 진행했어야 할 구조조정기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 자체 샘플 테스트한 결과 6개 그룹이 금감원의 재무구조 평가에서 불합격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고서와 관련, KB투자증권 관계자가 금감원에 호출돼 경고까지 듣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어떤 경위에서 리포트를 쓰게된 것인지 경과만 파악했다”고 해명했지만 금감원이 구조조정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막기 위해 증권사 투자 보고서까지 간섭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문제의 보고서는 KB투자증권 홈페이지나 투자정보 사이트에서도 삭제되거나 3페이지짜리 요약본만 남아있는 상태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올해 경제 전망 보고서도 사라지고 없는 상태다.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 전망을 내놓아 주목을 끌었는데 금융당국이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때만 해도 정부는 2% 성장을 전망하고 있을 때라 정부 차원의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정부의 간섭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증권사 리서치센터 책임자들을 불러 모아 설명회를 열었는데 낙관적인 전망을 강조해 불편한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잘못된 정보가 나돌고 있다”면서 “미확인 루머는 꼭 금융당국에 확인하고 쓰라”고 거듭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 어김없이 금감원에서 전화가 온다”면서 “그냥 사실 확인 차원이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정부 정책과 관련한 언급은 알아서 수위를 낮추거나 에둘러 표현하는 등 자체 검열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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