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임금이 구매력 환산 기준으로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다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자료를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보도하지 않았다. 반면 OECD 회원국 가운데 지난해 단위 노동비용이 우리나라만 줄었다는 자료를 상당수 경제지들은 보도하지 않았다. 똑같이 기획재정부가 정리해 배포한 자료였지만 입맛대로 골라서 보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일까. 낮은 편일까. 구매력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임금은 OECD 회원국 가운데 8위다. 기업이 근로자 1명을 고용했을 때 드는 노동비용은 역시 구매력 기준으로 10위다. 기획재정부가 14일 배표한 이 자료를 인용하면서 상당수 언론이 우리나라 기업들 부담이 크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문화일보는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1654달러로 일본(3만4318달러)와 미국(4만5778달러)에 비해 턱없이 낮았음에도 우리나라 기업이 근로자 한 명에게 제공하는 임금과 4대 보험 등 총 노동비용이 이들 나라보다 높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에는 아예 실리지 않았다. 반면 한겨레는 19일 OECD 가운데 우리나라만 단위 노동비용이 줄어들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한겨레는 “우리나라의 단위 노동비용이 줄어든 데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의 임금이 하락한 영향이 크다”면서 “물가 상승분을 고려한 실질임금 하락폭은 5.9%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한쪽에서는 우리나라의 임금이 높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임금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일단은 둘 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문제가 있다. 문화일보가 참고한 자료에서는 전체 근로자가 아니라 소득세를 내는 임금 근로자가 대상이고 대부분 정규직 근로자에 한정돼 있다. 애초에 임금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한겨레가 참고한 자료에서도 실제로 임금이 줄어든 때문이라기보다는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크게 뛰어오르면서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탓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하다. 이를 두고 OECD 가운데 우리나라만 임금이 줄었다고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인건비 부담이 많다고 호들갑을 떨던 신문들은 대부분 아예 기사로 다루지도 않았다.
한편 한국경제는 기사 말미에 “기업이 부담하는 사회보장 기여금이 총 노동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9.11%로 전년 대비 0.21%포인트 늘어나 증가폭으로는 OECE 회원국 가운데 네덜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통계를 활용한 여론 조작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사회보장 기여금의 증가폭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기업들 사회보장 부담금 비율은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OECD 평균은 15.2%고 1위인 프랑스는 29.7%나 된다. 실제로 기업의 부담을 비교하려면 전체 조세부담률이나 사회보장 부담금의 기여도를 비교해야 맞다. 세금으로 내거나 근로자가 부담하거나 결국은 모두 노동비용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노동비용 대비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이 37.4%인 반면, 우리나라는 20.3%로 30개국 가운데 15.1%인 멕시코와 함께 최하위 수준이다. 소득세 역시 우리나라는 4.4%로 3.3%인 멕시코와 함께 꼴찌다. OECD 평균은 13.6%다. 이런데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회보장 기여금 부담이 크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명백한 왜곡일 수밖에 없다.
세상에는 세가지의 거짓말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그냥 거짓말!
하나는 지독한 거짓말!!
하나는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