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의 경우… 우리 기술력으로 세계 최대 크루즈선 건조? 그 실상은.

“주요 일간지 1면에 광고를 한번씩 돌리려면 최소 3억원이 듭니다. 어디는 주고 어디는 안 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한번 줄 때는 다 줘야죠. 그런데 그 정도 광고효과가 있느냐,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광고 효과 보다는 그냥 주기적으로 관계개선 차원에서 한꺼번에 주는 거죠. 그래서 요즘은 드러나는 광고 보다는 개별 언론사에 돌아가면서 협찬이나 취재지원 형태로 지출하는 비용도 상당합니다.”


한 중견 그룹 홍보팀 임원의 이야기다. 사실 종이신문의 비용 대비 광고효과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회의적인 평가가 많았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광고를 주기 보다는 취재지원 명목으로 기사와 현금을 교환하는 경우도 부쩍 늘어났다. 해외취재 지원이 비용 대비 홍보효과로는 최고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인당 500만원 남짓만 들이면 상당한 비중으로 기사를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례로는 지난달 신세계의 네덜란드 PL(자체 브랜드) 박람회 취재 지원이 있었고 이달 들어서는 STX유럽의 핀란드 크루즈선 취재 지원도 있었다. 신세계 취재에는 20여명의 기자들이 동행했고 STX유럽 취재에는 방송사 사진기자들을 포함해 30~40명의 기자들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권과 숙식을 포함해 체재비는 전액 기업들이 댔다. 수억원대의 비용이 들었다는 이야기다. (참고 : 신세계 공짜견학 따라간 기자들의 대형마트 찬가)

(경향신문 6월15일 17면.)

(국민일보 6월15일 15면.)

(동아일보 6월11일 B2면.)

(머니투데이 6월10일 11면.)

(문화일보 6월12일 9면.)

(서울경제 6월10일 13면.)

(서울신문 6월10일 13면.)

(서울신문 6월15일 12면.)

(아시아경제 6월10일 9면.)

(조선일보 6월12일 28면.)

(중앙일보 6월11일 25면.)

(파이낸셜뉴스 6월15일 13면.)

(헤럴드경제 6월10일 17면.)

(한겨레 6월15일 27면.)

STX유럽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일부터였다. “STX그룹의 자회사인 STX유럽이 2~3년 안에 다시 상장할 계획”이라는 기사가 먼저 나왔고 “글로벌 조선그룹으로 육성하겠다”는 강덕수 회장의 인터뷰 기사가 동시에 실렸다. 이어 14일부터는 핀란드 현지 르포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STX유럽이 만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크루즈선이 건조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는 기사였다.

“세계 최대 크루즈선 꿈 이뤘다(이데일리)”, “STX가 만든 크루즈선 떴다(매일경제)”, “바다 위 오아시스… 세계 최대 크루즈선 빚다(한겨레)”, “크루즈선, 국내 조선산업 새 성장동력으로(경향신문)”, “한국 조선, 세계 최대 꿈의 크루즈 띄운다(조선일보)”, “승선인원 9400명 최대 해상호텔 마무리 한창(동아일보)”, “STX유럽 투르크 조선소 현장, 세계 최대 크루즈선 꿈을 이루다(내일신문)” 등 기사를 쓰지 않은 언론사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특히 MBC와 MBN, SBS 등 지상파와 보도전문 채널 등도 이 소식을 비중있게 다뤄 눈길을 끌었다. 특정 기업의 기사를 메인 뉴스에 편성하는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다. MBC는 “고급 스위트룸에다 하늘 정원, 원형 극장, 쇼핑센터, 초호화 리조트가 배 위에 고스란히 구현됐다”면서 “세계 최대의 크루즈선을 우리 기업이 만들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기업 홍보 동영상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서울신문과 조선일보, 한겨레 등은 사진 기사를 포함해 2건씩의 기사를 내보냈다.

대부분 언론이 이 크루즈선을 우리 기술력으로 건조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STX그룹이 아커야즈라는 조선회사의 지분 39.2%를 인수한 것은 지난해 10월, STX유럽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지난해 11월, 주주로서 권리행사가 가능해진 것은 올해 5월의 일이다. 향후 기술 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크루즈선을 “STX의 기술력으로 완성했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 보도다.

과도한 찬사가 쏟아졌는데 정작 STX그룹이 공격적인 확장 전략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신용평가회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STX조선이 해외 투자로 인한 차입급 규모가 과도하다”면서 “향후 이벤트 리스크가 현실화돼 재무 안정성과 채무상환 능력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경우 신용등급 변동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한기평은 “중국 대련조선소 투자와 STX유럽 인수 등으로 1조5천억원이나 자금이 소요되면서 올해 들어 4천억원 이상 차입금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특히 STX유럽의 경우 손익과 현금창출력 저하국면 탈피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에는 수주잔고 감소와 유동성 부담 확대 우려가 예상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해외 취재를 다녀온 언론사 가운데 이런 사실을 지적한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머니투데이는 16일 “STX유럽이 올해 영업흑자 전환이 예상되는데다 STX조선이 탱커선 8척을 3억4천만달러에 수주하면서 유동성에 대한 걱정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는데 이와 관련, 덤핑 수주 논란이 일었던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비슷한 규모의 탱크선을 1척에 5350만달러에 수주했던 것과 비교하면 20% 가까이 가격이 떨어진 셈이다. STX조선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1%인데 이 정도면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해외 취재에 동행했던 한 일간지 기자는 “기사 가치도 있고 기자 입장에서는 업계 동향을 파악하는 좋은 기회인데 사실 취재비용은 언론사에서 직접 부담하는 게 옳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직접 비용을 내야했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다른 일간지 기자는 “일부러 홍보성 기사를 쓰려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켜서 쓰게 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기자는 “사실 삼성그룹 등이 올해 들어 홍보예산을 크게 줄이면서 언론사들이 해외취재 기회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라면서 “기자 입장에서는 기회가 있다면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또 “이번 STX유럽의 경우에도 취재 지원은 물론이고 저녁 술자리나 주말에는 간단한 관광 일정도 있었는데 과도한 접대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큰 비용이 든 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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