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재판 아직 끝나지 않았다… 10년 전 삼성SDS 주식가치 산정이 관건.
비상장 회사인 삼성SDS의 주식 가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등의 경영권 편법 승계 관련 대법원 재판에서 3자 배정방식의 헐값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 배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파기 환송심에서는 10여년 전 삼성SDS의 주식 가치가 어느 정도였느냐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등 다른 혐의들은 대부분 무죄 또는 집행유예 판결이 난 상태다.
만약 삼성SDS의 손해 규모가 50억원이 넘을 경우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이 적용돼 유죄가 불가피한데 50억원을 밑돌 경우는 업무상 배임이 적용되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면소판결을 받게 된다. 법원은 1심 재판에서 삼성SDS BW의 가격을 9740원으로 잡고 배임액수가 최대 44억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 무렵 거래가격이 5만5천원이었다는 사실을 무시한 판결이었다.
경제개혁연대는 법원이 의도적으로 특경가법 적용기준인 50억원을 밑돌도록 BW 가격을 짜맞췄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성명을 내고 “파기 환송심에서도 이런 비상식적인 판단을 되풀이해 이 전 회장 등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사법부의 권위와 명예는 결코 회복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땅에 떨어진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SDS의 지분은 100% 삼성 계열사들과 이건희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SDS의 장외거래 기록을 살펴보면 BW가 발행된 1999년 2월 10일부터 3월 15일까지 거래 단가는 5만3천원에서 6만원 사이에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특정한 3인이 장외거래를 주도했고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에 거래가격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삼성SDS는 장외 주식치고는 거래가 활발한 편이었지만 법원은 시장가격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이들 3인과 삼성SDS 주식을 거래한 상대방은 대부분 이 회사의 실적과 전망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는 내부 직원이거나 장외시장까지 진출해서 거래할 정도로 경험 많은 일반 투자자들이었다”면서 “법원이 이를 일방적으로 배척하고 나선 것은 이를 적정가로 인정할 경우 배임액이 무려 1539억원에 이르러 이 전 회장 등에 대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게 된다는 사정을 고려한 봐주기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1심 법원은 순자산가치 6980원과 순손익가치 1만2500원을 단순평균해서 9740원이라는 가격을 산정했는데 이는 삼성SDS의 순이익이 1997년 25%에서 1998년 66%로 급증하는 등 높은 성장성을 반영하지 않는 계산이다. 정보기술(IT) 기업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순자산가치가 실제 가치보다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실제로 미래수익가치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대법원 판례도 있었다.
김 교수는 “1심 법원은 기존 판례를 일부 반영하는 모양새를 갖추려고 손손익가치를 적용하되 여기에 순자산가치를 기계적으로 산술 합산해 적정주가를 끌어내렸다”면서 “만약 순손익가치 1만2500원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배임규모가 특경가법의 기준인 50억원을 넘어 100억원 이상으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전 회장 등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형식적인 조작논리”라는 이야기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15% 이상만 인정하면 배임액이 50억원을 넘게 돼 특경가법 대상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상속증여세법에서도 지배지분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10% 가산하고 있는데다 삼성SDS 같은 성장형 기업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이 20~30%를 웃도는 것이 일반적인 거래관행이다.
김 교수는 “특히 이 전 회장은 사전보고를 받았을 뿐 아니라 결재과정에서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 등에게도 BW를 인수할 기회를 부여했다”면서 “이는 이 가격이 터무니없는 헐값인데다 이를 인수하도록 하는 것이 충분한 보상이 되리라는 사실을 이 전 회장이 잘 알고 있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미 에버랜드 CB 헐값 인수로 배임 논란이 한창이었던 무렵이라는 점도 이 사건이 그룹 차원에서 치밀하게 계획된 것임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삼성SDS의 BW 헐값 발행은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 취득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를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가 완성된 이후 그룹 지배권과 무관한 시세차익 획득 목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설령 그룹 경영권 승계가 사익추구 행위가 아니라는 사법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을 인정하더라도 결코 그 아량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파기 환송심 재판은 다음달 3일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