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5일 개통 예정인 서울-춘천고속도로의 통행요금을 6412원으로 해달라고 사업자들이 요구하고 있다. 당초 정부와 협약했던 5200원보다 1212원이나 더 비싼 요금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초 계약할 때부터 예상수입의 80%를 정부가 보전해주기로 돼 있기 때문에 결국 정부 부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요금을 깎고 나면 나중에 그만큼 세금으로 메워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참고 : 사회간접자본 민자사업, 해법은 간단명확하다. (이정환닷컴)
대부분 언론은 이 소식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서울-춘천을 37분만에 갈 수 있게 됐다”거나 “뚫린 길을 따라 집값도 꿈틀대고 있다”거나 “주말 레저의 새로운 메카로 뜬다”거나 일부 언론이 “통행료 산정을 놓고 사업자와 지자체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긴 했지만 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단순히 통행료를 좀 더 깎으면 되는 것일까.
경춘고속도로주식회사의 주요주주는 현대산업개발이 25%, 맥쿼리자산운용과 교원공제회가 각각 15%, 현대건설과 한국도로공사가 각각 10%, 롯데건설이 7%, 강원도와 춘천시가 각각 5%, 고려개발과 한일건설 등이 각각 4%씩이다. 전체 사업비는 1조7974억원. 이 가운데 이들이 투자한 자기자본은 18%인 3238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지원하는 약정 투자금이 30%, 정부가 보증하는 금융기관 대출이 52%에 이른다.
경춘고속도로는 서울 강동구 하일동에서 강원 춘천시 동산면 조양리를 잇는 61.4㎞ 구간으로 교량만 103개, 터널이 41개나 되고 9개의 진출입 시설이 있다. 주목할 부분은 당초 예정됐던 5200원만 해도 1km에 84.7원으로 제2영동고속도로 58.0원이나 38.6원인 중앙고속도로보다 훨씬 더 비싸다는 사실이다. 만약 6312원이 되면 1km에 100원이 넘게 된다. 아무리 교량과 터널이 많다고 해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 고속도로는 2039년까지 30년 동안 이 회사에서 운영하다가 국가에 기부채납하게 된다. 정부는 2014년까지 15년 동안 해마다 예상수입의 60∼80%를 보전해주기로 협약한 상태다. 문제는 애초에 수요예측 자체가 터무니없이 과장돼 있을 가능성이다. 당초 계획에는 올해 기준 1일 교통 수요가 5만2236대로 돼 있는데 감사원 자료에는 2만6768대로 절반 수준으로 분석돼 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그 손실은 고스란히 정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상당수 언론이 통행료 논란에 주목하고 있지만 근본 원인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공사비에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곳은 거의 없다. 통행료 몇천원쯤이야 아예 관심이 없는 곳도 많다. 강원도 지역신문들은 정부 보조를 늘리거나 무상 사용기간을 늘려서라도 통행료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본질적인 해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왜 애초에 계약자체가 잘못돼 있으니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못하는 것일까.
어차피 자기자본이 20%에도 못 미치는 사업이라면 차라리 정부나 공기업이 직접 발주를 하거나 공개입찰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민자사업의 문제는 부실이 아니라 알짜배기 이권을 둘러싼 공무원과 건설업체들의 담합이다.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같은 실수를 수없이 되풀이 하면서도 아무도 책임을 지는 공무원이 없고 크게 손실을 보고 물러난 기업도 없다. 늘어난 통행료와 세금 부담은 언제나 국민들 몫이다.
언제부터 고속도로가 돈 벌이 수단이 됐나. 건설회사들과 외국계 사모펀드의 컨소시엄이 마음대로 부풀려 놓은 공사비를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받아들이고 엉터리 수요예측을 근거로 최소 운영비를 보전해주기로 하는 계약까지 체결하고 일단 사업이 시작되면 정부 세금을 끌어다가 손해를 메워주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언론은 왜 문제의 본질을 바로 보지 않는 것일까.
맥쿼리펀드는 경춘고속도로 뿐만 아니라 인천공항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우면산터널 등에도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 고속도로들은 모두 정부 소유의 고속도로보다 훨씬 더 많은 통행료를 받으면서도 적자를 내고 막대한 세금을 끌어다 쓰고 있다.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이 맥쿼리펀드로 흘러들어간다. 왜 정부가 할 일을 이런 외국계 사모펀드에 떠넘기고 세금까지 쏟아붓나. 맥쿼리그룹과 정부의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목을 이렇게 써놓으니까 좀 웃긴데, 오래 됐죠. 공공부문을 민간에 팔아치우고 있는데도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그냥 받아들이고 있어서 계속 이렇게 가고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