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화인켐은 경기도 평택시 포승공단에 있는 삼성전자 하청회사다. LCD 제조에 필요한 편광필름 등을 만들어 삼성전자에 납품한다. 지난해 매출이 1조8671억원에 당기순이익 1027억원에 이르는 건실한 기업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2천명 가운데 800여명이 신우종합관리와 삼우공무, 씨씨엠텍이라는 사내 하청회사 소속이다. 이들은 12시간 주야 맞교대 근무를 하면서 원청회사 정규직 노동자들의 60% 수준인 월 15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다.


이 회사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건 지난해 5월. 경영진은 11명의 간부를 해고하고 강제로 노조 탈퇴 각서를 쓰게 한 것을 비롯해 올해 1월에는 최현기 금속노조 동우화인컴 분회장과 고희철 사무국장 등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최 분회장 등은 정당한 쟁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속돼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6개월을 선고받고 지난달 28일 풀려났다.

노조에 따르면 이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화장실 출입을 할 때도 출입증을 받고 나올 정도로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해 왔다. 특히 호흡이 곤란할 정도의 유독가스가 누출되는데도 업무를 계속하도록 강요받는 등 정규직 관리자들과 마찰이 계속돼 왔다. 걸레질 방향이 틀렸다거나 회식 때 큰 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상여금을 삭감 당하는 일도 있었고 올해 3월에는 그나마 200여명 정도가 정리해고 당했다.

이들은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지방노동위원회는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 최 분회장에 따르면 “신우종합관리 경영진은 모두 삼성SDI 노무관리자 출신”이라면서 “처음 노조를 설립했을 때도 ‘삼성에서 연락을 받고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해 놀랐다”고 말했다. 최 분회장은 “우리의 요구는 원청회사에 취업을 시켜달라는 것도 아니고 다만 노조를 인정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 달라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처음 설립될 때만 해도 조합원이 400명이 넘었는데 현재는 50여명만 남아있는 상태다. 사내하청 회사에 비정규직 노동자, 게다가 경영진은 아예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노조 간부들은 해고자 신분이다. 이들은 “삼성전자 파브를 동우화인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매일 유독가스를 마시면서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 언론뿐만 아니라 금속노조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 이들의 투쟁은 험난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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