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처음 놀라는 것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공항이 깨끗하고 좋아서고 다른 하나는 공항에서 서울 시내까지 오는 전철이 없어서라고 한다. 지금은 김포공항까지 오는 1단계 구간만 개통돼 있는데 서울역까지 오는 2단계 구간은 내년 말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이 인천공항철도에 최근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초 사업 계획보다 승객이 훨씬 적은데 그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인천공항철도는 30년 기한의 BTO(Build-Transfer-Operate, 건설-양도-운영) 방식으로 건설됐다. 민간에서 건설하고 30년 동안 이를 운영하면서 공사비와 원리금을 회수한 다음 정부에 이관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터무니없이 민간에 유리하게 된 계약 조건이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협약 수요는 23만명인데 실제 수요는 1만7천명으로 7.3%에 그쳤다. 그만큼 수익이 형편없었고 그 부족한 부분을 모두 정부가 채워줬다.

정부는 예측 수요의 90%가 안 될 경우 이를 보전해준다는 파격적인 조건의 계약을 맺었다. 이는 2단계 공사가 마무리 된 뒤에도 마찬가지여서 30년 뒤인 2031년에는 협약 수요가 82만명인데 실제 수요는 27만명에 그칠 전망이다. 비율로는 32.8%, 그때도 정부가 4466억원의 지원금을 갖다 바쳐야 한다. 정부 지원금은 국토해양부 추산에 따르면 30년 동안 연 평균 4610억원, 모두 13조8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인천공항과 서울 도심을 연결하는 철도가 필요하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아무리 공공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돈이 안 된다면 민간에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철도를 포기할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정부가 직접 사업을 추진하거나 이처럼 세금을 털어 손실을 보전해주는 수밖에 없다. 꼭 필요한데 수익성은 없다. 사회간접자본(SOC) 민자사업의 딜레마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이냐의 문제다.

인천공항 철도가 인기가 없는 건 아직 모든 구간이 개통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워낙 인천공항 고속도로가 잘 돼 있고 리무진 버스 노선이 잘 깔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수익성이 없기는 인천공항 고속도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왕복 통행료가 무려 1만4800원이나 된다. 다른 고속도로의 2배 이상인데 그런데도 해마다 1천억원 이상의 세금을 쏟아 부어야 한다. 역시 최소 운영수입을 보장하는 계약이 돼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인천공항 철도의 경우는 수익성을 따지기 전에 졸속 계약의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6년 교통개발연구원은 인천공항철도의 실질 수익률을 7.7%로 제안한 바 있는데 1998년 현대건설은 12.4%를 요구했고 이를 절충하는 과정에서 10.43%로 합의됐다. 명목 수익률로는 15.95%에 이른다. 30년 장기 투자에 따른 프리미엄을 고려한다 해도 국고채 명목금리의 2배가 넘는 파격적인 수익률이었다.

실제로 그동안 특혜 논란을 빚었던 다른 민간투자사업과 비교해도 인천공항 철도의 실질 수익률은 매우 높게 책정됐다. 인천공항 고속도로와 문학산터널이 9.7%였고 목포 신외항이 9.62%, 인천 북항 고철2부두가 9.0%였다. 실질 수익률이 10%가 넘는 곳은 인천공항 철도가 유일하다. 운영기간 30년 모두를 보장해주는 조건도 이례적이다. 인천공항 고속도로의 경우 30년 가운데 20년만 보장된다. 특혜 중의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직접 하기에 부담스러운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민간에 맡긴다는 게 SOC 민자사업의 취지지만 실제로는 건설회사들에게 파격적인 특혜를 주고 이용자들에게는 사용료 부담을 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해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를 내면서 이를 보전하려고 국민들 세금을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이런 고속도로와 철도와 다리와 터널과 항만을 계속 건설해야 할까.

SOC 민자사업의 문제는 크게 다섯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수요 예측, 둘째, 위탁 운영을 맡기면서도 정부가 적자를 보전해주는 졸속 계약, 셋째, 불투명한 사업자 선정 과정과 업체들의 담합, 넷째, 거품이 잔뜩 낀 공사비용, 다섯째,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 등이다. 공공의 필요를 민간의 영리적 목적과 결부시키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그 과정에서 공공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사회간접자본을 공공재로 본다면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이라는 관점에서 문제의 본질을 따져볼 수도 있다. 도로나 철도는 사용자가 늘어나도 추가로 드는 비용은 거의 없다. 또한 한번 건설하고 나면 누구라도 필요할 때 쓸 수 있다. 희소가치가 있는 보통의 재화는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내려가기 마련이지만 공공재는 막대한 초기 비용을 필요로 하면서도 그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공공재는 경쟁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시장에 맡겨둘 경우 독점에 빠져들 위험도 있다. 인천공항 고속도로가 대표적인 사례다. 왕복 1만4800원이 비싸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만 다른 길은 없다. 인천공항 철도가 개통되면 달라질까. 현재 인천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5천원을 할인해서 3200원을 받고 있는데 서울역까지 급행 노선이 뚫리면 왕복 2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부담은 고스란히 이용자들의 몫이고 독점 사업자들만 배를 불리게 된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2006년 최소 운영수입 보장제도를 폐지했는데 그 이후로는 BTO 방식 민자사업이 전면 중단되다시피한 상태다. 최근에는 BTL(Build-Transfer-Lease, 건설-양도-임대) 방식 민자사업이 늘어나고 있는데 역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안 된 상태다. 건설업체들은 수익 전망을 부풀려 공사비용을 챙기고 일단 짓고 나면 정부가 세금을 털어 뒷 수습을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복잡한 딜레마지만 해법은 간단하다. 우선 건설회사들이 담합을 해서 비용을 부풀리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경쟁입찰을 시키면 된다. 사업 전체를 하나의 컨소시엄에 통째로 넘기기 보다는 사업단계를 최대한 세분화해서 입찰을 하고 공사비용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 무리하게 비용을 낮추면 부실공사의 위험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건 비용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관리와 감독의 문제다.

무엇보다도 합리적인 수요 예측이 선행돼야 하고, 수익성을 보장해주되 적정 수준에서 가격 규제를 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정부의 지원도 할 수 있지만 철저한 관리·감독이 병행돼야 한다. 수익성이 낮아서 민간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 국내총생산의 수십배 규모로 불어나게 될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할 수도 있다. 채권 수익률보다 좀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국민연금은 우리 노후를 위한 자산이지만 사실 기금의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문제는 기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반면 채권 시장은 비좁고 마땅한 다른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정부가 보장하는 안정적인 5% 수익률이면 충분하다. 국민연금이 자본을 대고 건설업체들을 단계적으로 입찰을 받아 공사를 맡기고 정부가 직접 운영을 하거나 공기업을 설립하고 대신 사회적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면 된다.

공공부문을 민간에 맡기는 것은 비용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민간이 좀 더 전문성을 갖고 있고 좀 더 효율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자칫 공공부문을 독점하고 여기서 얻는 이익을 사유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민영화한 철도를 다시 국유화했던 영국 철도다. 애초에 이익이 날 수 없는 공공부문을 시장에 내맡길 때 그 부담은 사회 전체가 떠안아야 한다.

핵심은 공공의 서비스는 공공부문이 비용을 부담하고 그 혜택은 사회 전반에 골고루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도로나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이 아니라 보육과 교육, 노인 요양시설 같은 사회복지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민간자본에 의존할 게 아니라 공공의 자금을 최대한 활용하고 필요하다면 세금 지원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공공의 목적에 부합하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슈와 논술’에 보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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