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12년까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고 보금자리주택 32만가구를 조기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두고 “서민들에게 값싼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자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경기부양대책이고 일자리 창출 대책이기도 해 이른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맞춤형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보금자리주택 프로젝트는 크게 5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서민들이 집을 사지 못하는 건 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집값이 비싼 건 실제 수요를 웃도는 투기적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투기적 수요를 잡지 않는 이상, 다시 말해 여전히 부동산 투기가 돈벌이가 되는 이상 집값은 터무니없이 높을 수밖에 없고 아무리 정부가 공급을 늘려도 서민들에게 내집마련은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다.
둘째, 보금자리주택은 로또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를 시세의 50~70% 수준에 책정하되 전매 제한기간을 7~10년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과거 판교 분양에서 봤듯이 아무리 전매제한을 둔다고 해도 일단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한 상황에서 청약 과열은 불가피하다. 집값을 잡기는커녕 32만가구에게 돈벼락을 안겨주는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과연 이걸 서민대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셋째, 이런 식으로는 절대 ‘반값’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 일반 발표는 했지만 서울 강남구 세곡동이나 서초구 우면동, 경기도 고양시 원홍동, 하남시 미사동 등 시범지구는 이제야 토지보상을 시작한 상황이다. 정부가 나서서 땅값을 올려놓고 투기세력을 불러들이고 있는 셈이다. 토지보상 비용이 급증하면서 분양가가 치솟고 주변 시세를 덩달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가능성도 있다.
넷째, 설령 분양가를 당초 계획에 맞춘다고 해도 여전히 턱없이 비싸다. 정부는 세곡동과 우면동의 경우 분양가가 3.3㎡에 1150만원이 될 거라고 밝혔는데 이 경우 99㎡면 3억4500만원이 된다. 이를 두고 “서민들에게 값싼 주택을 공급한다”고 홍보하는 건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정말 서민들 주거대책을 고민했다면 분양이 아니라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게 맞다.
다섯째, 환경파괴도 우려된다. 정부는 “그린벨트의 기능을 상실한 보전가치가 낮은 지역에 짓는다”고 설명했지만 이미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4~5등급 지역을 모두 해제한 뒤라 보전가치가 낮은 그린벨트는 거의 없다. 환경이 훼손돼 보전가치가 낮아진 지역이 있다면 이를 원상복구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게 바른 방향이다. 정부는 “그린벨트를 훼손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충분히 알리겠다”고 밝혔을 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집값을 끌어내릴 의지가 있었다면 투기를 차단하고 개발이익과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보금자리주택의 경우도 분양가를 낮출 의지가 있었다면 미리 토지매입부터 끝내놓고 사업계획을 발표했어야 했다. 애초에 서민들 내집마련을 도울 계획이었다면 임대주택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인 10~35%까지 늘리는 게 최선의 해법이다.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3% 수준이다.
부동산 해법은 사실 굉장히 간단하고 명확하다. 종합부동산세를 당초 취지를 살려 단계적으로 강화하되 세수를 투명하게 활용해서 투기적 수요를 뿌리 뽑는 정공법을 선택했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심각한 조세저항에 부딪히고 건설경기 침체도 불가피하겠지만 그게 앞으로 다가 올 부동산 거품의 붕괴보다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집값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는다면 서민주거대책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 또한 명약관화하다.
이미 주택 보급률이 지역에 따라 100%를 넘어선지 오래다. 중대형 평형이 아니라 소형 평형을 늘려야 하고 민간개발이 아니라 공영개발, 로또 분양이 아니라 장기임대를 늘려 나가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무엇보다도 주택이 투기적 거래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 그 원칙을 위해 개발이익과 투기적 불로소득을 철저히 환수하는 제도적 절차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그게 서민들 내집마련을 돕는 유일한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