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고 있는 NHN이 뉴스캐스트 서비스에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한 뒤 이에 반발하는 언론사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캐스트는 언론사들의 자율 편집이라는 원칙 아래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네이버 첫 페이지의 뉴스 플랫폼이다. NHN이 뉴스 캐스트 시행 11개월 만에 돌연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한 표면적인 이유는 건전하고 유익한 서비스를 만들자는 것이다.


NHN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가감 없이 공개해 이용자와 언론사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미풍양속이나 사회적 상식에 반하는 불건전한 콘텐츠의 유통을 방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옴부즈맨 위원회를 신설하고 옴부즈맨 카페에 올라온 의견을 수렴해 보고서를 심의해 불건전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해당 언론사에 시정을 건의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옴부즈맨위원회로부터 시정 건의를 받은 기사들은 대부분 과도한 선정성이 문제된 경우다. “학교서 야동보다 들킨 교장(동아일보)”, “올랜도 애인 미란다커 가슴노출(매일경제)”, “성관계 못하면 죽어” 20명 ‘농락'(조선일보)”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기사가 많았고 부산 사격장 참사를 다룬 “일 관광객 짜릿함 즐기려다(세계일보)”라는 제목의 기사는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 지나치게 선정적인 제목을 내걸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언론사들은 이 같은 문제제기를 편집권 침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2개 중앙 일간지들로 구성된 온라인신문협회(온신협)는 성명을 내고 “언론사가 이미 편집한 기사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이 호·불호를 평가해 공개하는 옴부즈맨 제도는 언론의 편집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며, 자칫 사후 검열의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여러 차례 개선요구에도 이를 일방적으로 시행한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온신협은 “선정적인 기사 경쟁은 우리 스스로 반성할 부분”이라면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온신협의 회원사들은 편집데스크 협의체를 구성해 통해 클린 가이드를 만드는 등 자체적으로 클린 인터넷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고 밝혔다. 선정성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인데 다만 “선정성 경쟁은 서비스 초기부터 예견됐던 일인데 이를 언론사에 떠넘기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온신협은 특히 NHN의 일방적인 태도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러 차례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지만 날짜를 정한 뒤 무조건 따라오라는 방식을 채택했다는 이야기다. 온신협은 옴부즈맨 제도를 폐지하고 카페를 폐쇄하는 한편 독자들이 직접 해당 언론사에 문제제기를 하도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온신협 소속 언론사들은 연일 지면을 통해 NHN을 공격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김상헌 NHN 대표는 지난 5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언론사 간 트래픽 경쟁이 늘어나면서 고육지책으로 옴부즈맨을 도입했는데 이번 건은 온신협과 커뮤니케이션이 조금 아쉬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근본적으로는 뉴스캐스트가 언론사의 과당 경쟁을 유발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영국의 BBC에서도 뉴스캐스트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는 “최근 뉴스캐스트의 선정적인 편집이 너무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은 사실이고 NHN 입장에서도 마냥 방치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면서 “이를 편집권 침해 논란으로 몰고 가는 것은 과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명승은 야후코리아 사업기획팀 차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전제 아래 “온신협의 대응은 별로 실익도 없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발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진순 한국경제 전략기획국 기자는 “NHN이 뉴스 편집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인정하지만 좀 더 가치 있는 결과를 내놓기 위해서는 언론사들의 동의와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돼야 했다”고 지적했다.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이용자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NHN은 뒤에 숨는 듯한 모양새는 좋지 않다는 이야기다. 언론사 관계자들을 참여시키고 자율적 가이드 라인을 만드는 방식이 필요했을 거라는 이야기다.

최 기자는 “분명한 것은 네이버 뉴스 캐스트를 둘러싼 시장이 거대하게 산업화·상업화하는 과정에서 포털 뉴스의 사회적 가치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우리 언론사들이 광고 수익의 기반이 되는 트래픽에만 신경을 쓸 뿐 정작 뉴스 소비자들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옴부즈맨 논란이 NHN과 온신협의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온라인 저널리즘의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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