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사상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주요 언론이 이 사실을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는데 정작 그 해법은 찾아보기 어렵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가계대출이 622조8948억원, 신용카드 등 판매신용이 37조4112억원으로 모두 660조30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말과 비교하면 19조8336억원, 3.1% 늘어난 규모다. 2003년의 2배,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의 3.5배 이르는 규모다.

문제는 이 부채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관련 부채로 추정된다는 데 있다. 가뜩이나 물가가 올라 실질소득이 줄어든 가운데 금리까지 오르면 부채부담이 더욱 늘어나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대출부실과 소비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겨레는 3면 “집값 떨어지는데 고금리 압박… 빚내 빚 갚기 악순환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민간소비를 살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지적했다. 금리가 오르고 대출 부담이 늘어나고 소비여력이 줄어들고 또 가뜩이나 수출이 둔화하면서 내수위축이 장기화할 전망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겨레는 민간소비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경향신문도 17면 “가구당 1700만원 빚지고 산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가계의 이자상환부담까지 늘어나 내수경기가 더욱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지만 그 대안을 고민하는데까지 나가지는 못했다.

다른 신문들도 천편일률적으로 같다. 과도한 가계부채가 우려되지만 지금으로서는 지켜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신문은 3면 “경기둔화에 가계부채발 쇼크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가계의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지 않으면 버틸 수 있는 것이지만 급락할 경우 상당한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문가의 말을 결론 대신 전했다. 한국일보는 2면 “가구당 빚 4천만원 경제암초”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상환 능력을 웃도는 가계부채는 지금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자칫 가계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위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짤막하게 한국은행 보도자료를 단순 인용하는데 그쳤다.

비교적 심층 분석을 한 곳은 머니투데이였다. 머니투데이는 4면 “주택 연체율은 0.5% 불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5월말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28조1548억원인데 2~3년전 취급된 것들이 대부분으로 만기가 올해부터 2010년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마다 가계부채가 2조원씩 늘어난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대출 없이 대출이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머니투데이는 “부동산에 소비자들의 자금이 묶인 탓에 기업매출이 줄고, 이는 다시 가계소득을 감소하는 악순환 고리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언론이 핵심을 피해가고 있지만 사상 최대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가 의미하는 사실은 결국 부동산 가격 거품이 빠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빚을 얻어서 집을 산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이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또는 피해를 지연시키기 위해 부동산 거품을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일이 과연 최선일까.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것과 달리 아직 우리나라는 총부채상환비율(DTI, Debt To Income)과 담보인정비율(LTV, Loan To Value) 등의 규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가계부실이 금융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많지 않다. 관건은 가계부실과 내수침체의 우려 때문인데 만약 집값이 오를 걸 예상하고 능력 이상의 빚을 끌어다 쓴 사람이라면 최악의 경우 빚을 갚기 위해 집을 내다 팔게 되더라도 이를 사회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더욱 근본적인 해법이라면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빼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하고 또 실제로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강력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야 부담이 크겠지만 장기적으로 집값이 빠지고 집을 더 쉽게 살 수 있게 되면 가계부채도 줄어들고 소비여력도 늘어나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이와 정반대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핵심은 부동산 거품으로 만든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결국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언론도 부동산 거품이 빠져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빚내서 집 산 사람들이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해야 하지만 이는 상당수 독자들을 적으로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지만 언론의 무관심이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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