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경제연구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부동산 대폭락을 전망해 왔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일반화된 부동산 망국론의 원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연구소가 부동산 거품을 경고한 이후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했다. 어떤 사람들은 비아냥거리면서 말한다. 당신네 말 듣고 집 안 샀다가 큰 손해를 봤다.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 거 아닐까.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하나의 해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광수 소장은 이 책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도덕적 해이에 빠져 제대로 부동산 투기대책을 강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또한 “투기적 가수요가 준동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시장 수급논리를 내세워 엉터리 대책으로 일관하며 투기를 부추겼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인다. 게다가 “건설업계나 일반 투기꾼들 역시 정부 관료들과 정치권이 아파트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돼 더욱 투기를 부채질 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예측은 맞았지만 정부가 거꾸로 된 처방을 내놓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정부가 계속 투기를 부추긴다면 집값이 계속 더 오를 수 있을까. 김 소장은 조목조목 부동산 거품의 실체를 설명한다. 우선 실질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투자 지출 비중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으로 13.5%에 이른다. 일본은 6.2%, 미국은 6.0%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다. 이 말은 곧 가용자원의 상당부분을 건설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시간이 갈수록 우리나라는 비대해진 부동산 건설 투자로 인해 버블에 시달리게 되고 첨단산업 기술경쟁력과 복리후생은 악화되는 반면 성장잠재력과 무관한 부동산 투가와 건설노동자만 늘어나게 될 거라는 이야기가 된다. 김 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이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는다. 김 소장은 “건설업 비중이 2003년에 10% 아래로 떨어졌어야 하고 지금쯤은 7~8% 수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결국 지속 가능성이다. 흔히 일본이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의 붕괴로 장기 불황에 빠졌다고 오해하지만 김 소장은 “물론 거품 붕괴의 충격이 가장 크지만 그에 못지 않게 거품 붕괴로 인한 부실기업과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구조조정하지 않은데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어설프게 연착륙시키려 할수록 경제가 안으로 썩어 들어가게 되고 부실이 전염돼 장기불황의 늪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김 소장은 “부동산이 오를 때는 순식간에 폭등하도록 내버려두고 꺼질 때는 정부가 나서서 서서히 꺼지게 한다는 것은 정책의 형평성에서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거품은 속성상 형성될 때도 급격히 형성되지만 꺼질 때도 급격히 붕괴한다. 인위적으로 막는다고 해서 막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김 소장은 “부동산 거품의 엄청난 기회비용을 하루라도 빨리 해소하지 않으면 그만큼 경제적으로 손해가 늘어난다”고 거듭 강조한다.
수도권 30평형대 아파트는 이미 전세 값만 1억5천만원에 이른다. 분양가는 3억~4억원에 이르고 매매가는 5억원을 웃돈다. 김 소장은 “1억5천만원짜리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한국경제의 원가 경쟁력을 2~3배 이상 높이는 결과가 된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 가계소비가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며 임금인상을 둘러싼 노사분규도 줄어들 것이고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사회보장비 역시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 소장은 “결국 해법은 과감한 부실처리와 구조개혁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그동안 이 연구소의 보고서들을 꾸준히 봐 왔던 사람들에게 딱히 새로운 내용이 아니지만 훨씬 더 쉽고 간결하고 선명한 논조로 한국 경제의 핵심을 짚어낸다. GDP 성장률이 아니라 잠재성장률을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나 정부에 어설픈 가짜 케인지언이 넘쳐나고 있으며 시장경제의 가장 큰 적이 자리보존에 정신없는 바로 그들, 정부 관료들이라는 통렬한 비판도 주목할 만하다.
경제학 3.0 / 김광수 지음 / 더난출판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