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눈, 막걸리 생각납니다.)
우리나라 주류 시장은 2008년 기준으로 7조5천억원 규모, 수입산을 제외한 출고금액 기준이다. 맥주와 소주가 각각 47.7%와 38.5%를 차지하고 있다. 맥주는 하이트와 OB가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으며 소주는 진로가 50% 내외의 점유율을 보이는 가운데 롯데주류를 비롯해 9개 회사가 지역을 거점으로 나머지 시장을 분할하고 있다. 막걸리 시장은 2.3% 밖에 안 됐는데 지난해부터 급격히 소비량이 늘고 있다.
한화증권이 22일 “막걸리는 패션이 아니라 트렌드”라는 보고서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한화증권 박종록 연구원에 따르면 막걸리 시장은 올해부터 2014년까지 해마다 35.1%의 고속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연구원은 “2008년 이후 맥주시장이 정체돼 있는 가운데 소주시장은 저도주화가 진행되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막걸리시장의 성장속도가 놀랍다”면서 “주류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류별 출하량 추이.)
막걸리가 새로운 트렌드라고 보는 이유는 첫째, 막걸리가 6~7도 정도로 저도주를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에 부합하고 둘째, 유산균과 단백질 등이 풍부한데다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고 고혈압과 당뇨에도 효능이 있는 등 건강에 좋은 술로 인식되고 있고 셋째,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 지고 있고 넷째, 싸구려 술이라는 인식을 벗고 있으며 다섯째, 정부가 제도적 지원을 하고 있어 판매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맥주와 소주의 점유율이 86.2%에 이르는데 이는 다른 나라들에 비교해서 다양성이 매우 떨어진다. 일본만 해도 맥주와 소주의 점유율이 각각 35.0%와 11.4% 밖에 안 된다. 미국도 맥주는 55.4%지만 와인과 보드카, 위스키 등이 각각 14.4%와 9.0%, 7.5%로 비교적 다양하게 분산돼 있다. 유럽연합은 와인이 39.3%나 된다는 게 특징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막걸리와 와인 소비가 늘어나는 등 취향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막걸리는 1986년까지만 해도 국내 최대 소비주종이었다. 1981년 출고량 기준으로 막걸리의 점유율은 46.1%로 맥주(27.4%)와 소주(24.3%)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박 연구원은 “최근 막걸리 소비 증가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려는 첫 단계”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1972년 자도주 의무구입제도를 도입하면서 소주회사들이 지역별로 과점체계를 구축한 것과 달리 막걸리 회사들은 영세화되면서 소비자들에게 버림을 받게 됐다는 이야기다.
(주류별 출하량 추이. 1981년(왼쪽)과 2009년.)
막걸리가 싼 술이라는 인식도 사실과 다르다. 맥주와 소주, 위스키 등은 세금이 72%나 되는데 막걸리는 5% 밖에 안 된다. 맥주 500ml 1병의 세금을 뺀 순매출 단가는 478원, 소주 360ml 1병은 394원인데 막걸리 750ml 1병은 693원이다. 오히려 막걸리가 더 비싼 술이라는 이야기다. 박 연구원은 “외관을 고급스럽게 바꾸고 마케팅을 확대한다면 저가주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인지도를 개선시켜 소비를 크게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종별 주류세 비교.)
막걸리의 보급화는 쌀 생산 공급 초과를 해결하는 방안도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쌀 재고량은 99.8만톤이나 된다. 재고율이 20.8%, 보관비용만 600억원이 넘는데 올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탁주와 약주, 청주의 쌀 사용량은 2008년 기준 2만3548톤인데 국산 쌀은 이 가운데 3500톤밖에 안 된다”면서 “일본은 사케를 100% 일본 쌀로 만드는데 우리나라도 양조 전용 품종을 개발해 쌀 소비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막걸리 출고금액 추이와 전망.)
지난해 우리나라의 막걸리 수출은 628만달러, 일본의 사케와 비교하면 7.9% 정도로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박 연구원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지금은 세계인이 즐기는 술이지만 독일의 맥주나 프랑스의 와인, 영국의 위스키도 과거에는 한 지역의 전통주였다”면서 “맛은 기본이고 엄격한 품질 관리와 표시제도, 클러스터형 네트워킹 등이 뒷받침되면 세계적인 술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 온라인판 기사. 그래프는 모두 한화증권과 국세청, 주류산업협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