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블로거들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 문화체육관광부가 연아 회피 동영상을 만들어 유포한 누리꾼을 경찰에 고발했다. 유인촌 장관이 김연아 선수를 껴안으려다가 김연아 선수가 몸을 뒤로 빼자 당황해 하는 순간을 잡은 이 동영상은 KBS 뉴스 화면을 편집한 것인데 문화부 관계자는 이를 두고 “명백한 악의적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고발한 이유에 대해 “풍자도 좋지만 사회적으로 용인 가능한 범위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도 했다.


유 장관의 문제를 왜 문화부가 나서서 고발했는지 의문이고 과연 그게 명백한 악의적 왜곡인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 정도의 패러디도 용납하지 못하고 정부 기관이 한 개인을 고발한다는 건 국가 권력의 폭력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어디서 감히 장관을 모욕해? 그런 느낌이랄까. 이거 참 무서워서 짤방이라도 만들겠어?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그냥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나.

블로거 강정수님의 제안은 이렇다. 이건 그냥 적당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의 문제이기도 하고 상상력이 고갈되고 웃음의 여유가 사라진 한국 사회의 답답한 현실이기도 하다. 강정수님은 문화부를 조롱하는 의미에서 플래시몹을 제안했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 모여서 프리 허그를 하고 헤어지자는 것. 프리 허그 퍼포먼스는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않고 누군가를 껴안을 때 그게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시위이기도 하다.

플래시몹은 집회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게릴라처럼 모여서 10분 안에 끝내고 헤어지면 된다. 넓은 장소가 아니라도 된다. 서울이라면 광화문 교보문고 앞이나 강남역 7번 출구 앞이나 종로3가 단성사 앞이나 홍대 주차장 골목이나 어디든 모여서 카운트다운을 하고 시간이 되면 퍼포먼스를 하고 다함께 신나게 웃고 사라지면 된다. 그건 고발당한 누리꾼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의 의사 표시, 그리고 문화부에 대한 항의가 될 것이다.

적어도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방관자가 되지 말자는 이야기다. 원래는 민노씨가 제안하기로 한 거지만 민노씨가 요즘 바쁜 모양이라 내가 간단히 메모를 남긴다. 민노씨가 좀 더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 직접 깃발을 들어도 좋고 다른 누가 나서도 좋고 트위터에서 사람들을 모아도 좋다. 얼마든지 더 좋은 아이디어가 많지 않을까. 웃자고 만든 짤방 하나에 시비를 거는 문화부, 신나는 하이킥을 날려보자.

Similar Posts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