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웹 2.0이라는 말이 유행이었지만 사실 월드와이드웹의 기본 철학은 공유와 개방, 참여였다. 굳이 1.0이니 2.0이니 하는 딱지를 붙일 것 없이 애초에 웹이 그렇게 출발했다는 이야기다. 웹은 집단지성을 발현하는 거대한 협업 시스템이다.


월드와이드웹을 창시한 팀 버너스리는 “한때 유료화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저작권을 포기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지금의 이 넓고 광활한 세계적인 네트워크가 가능하게 됐다.

나는 팀 버너스리의 말을 다시 되새겨 보곤 한다.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더 많은 가치를 낳는다. 누구도 웹을 독점하거나 웹의 접근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챙겨서는 안 된다.

내가 인터넷 실명제에 반대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익명으로 글을 쓰든 실명으로 글을 쓰든 국가 권력이 그걸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사이트 관리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낡아빠진 선거법에 반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거나 그건 헌법이 부여한 신성한 권리다. 그걸 왜 제한하려 드는가. 국민들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현을 막으려는 그 의도는 뭘까.

검색엔진을 장악하고 네트워크를 통제하려 드는 거대 포털 사이트는 또 어떤가. 높은 점유율을 내세워 스스로 표준이 되려는 거대 정보기술 기업들은 또 어떤가. 과점체계에 안주해 웹 생태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통신회사들은 또 어떤가.

나는 우리가 이런 문제들에 좀 더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웹은 누군가가 독점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냥 자유로운 상태로 풀어두고 오히려 권력과 자본이 웹을 통제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저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오는 15일 토요일, 웹 생태계의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컨퍼런스가 열린다. 블로거 이정환을 비롯해 민노씨와 강정수, 펄, 이승환, 새드개그맨, 필로스, 써머즈 등이 공동 진행하는 이 연쇄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제는 ‘인터넷 실명제’다.

약간 뻔하기도 하고 딱딱할 수도 있는 주제지만 워낙 발제자들의 면면이 뛰어나서 재기발랄하고 신선한 문제제기가 쏟아질 거라고 기대해 본다. 발제 시간은 15분씩 스피디하게 진행하고 중간중간 토론을 병행하게 된다.

참가비는 후불제다. 한 푼도 안 내도 되고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 두둑히 후원을 해도 된다. 대신 반드시 사전에 참가신청을 해야 한다. 트위터에서는 #515B라는 해쉬태그로 검색하면 된다.

자세한 문의는 민노씨(www.minoci.net)에게. 행사 개요는 아래에.

– 2010년 5월 15일 (토) 오후 2시~6시.
– 연세대학교 종합강의동 101호.
– 참가신청 : www.twtmt.com/cards/2991
– 홈페이지 : www.ournet.kr

– 왜 우리는 모였는가? (민노씨 / 블로거)
– 왜 지금 여전히 우리는 실명제를 고민하는가? (강정수 / 블로거)
– 네티즌을 위한 법, 실명제? (송경재 /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연구교수)
– 실명제 이전과 이후의 디시인사이드 (디씨인사이드 관계자)
– 실명제와 포털 (정혜승 / 다음 대외협력실 실장)
– 실명제와 언론사 (이정환 / 미디어오늘 기자)
– 실명제와 선거법의 상관관계 (박준우/ 함께하는 시민행동 간사)
– 뉴플레이어가 바라보는 실명제 (Todd Thacker / 유저스토리랩 프로젝트 매니저)
– 초보 블로거가 말하는 실명제 (제라드76/ 블로거)
– 온라인 실존과 오프라인 실존 (펄 / 블로거)
– 대안을 주장한다 : 선택적 실명제 (새드개그맨 / 블로거, 팟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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