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교수.

천안함 침몰사고는 여전히 많은 의문을 남기고 있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천안함의 연돌 부분에서 RDX 화약 성분을 검출했다고 밝혔지만 그 출처를 두고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교수는 일관되게 천안함이 어뢰의 직접 충돌로 침몰됐다고 주장해 왔다. 배 교수의 주장은 군이 주장하는 수중 비접촉 폭발이나 일각에서 거론되는 좌초설이나 충돌설 등과도 거리가 멀다.


배 교수는 “3월26일 9시21분58초에 백령도 지진관측소에 기록된 진도 1.5의 지진은 천안함이 어뢰에 직접 부딪히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첫 번째 강한 파형 이후 1.18초 뒤에 두 번째 좀 더 약한 파형이 발생하는데 첫 번째 파형은 탄두의 화약 폭발이 함체를 때리면서 발생했고 두 번째 파형은 함체 내부에서 유류 등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2차 폭발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배 교수의 이 같은 분석은 두 차례 폭발음을 들었다는 천안함 생존자들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왜 화약 냄새가 나지 않았는지 화상환자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는지 등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직접 천안함의 절단면을 확인한 합동조사단의 신상철 조사위원도 “폭발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까나리 어장이 인근에 있는데도 죽은 물고기가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 어뢰의 직접 충돌이라고 보기에는 정황 근거가 너무 부족하지 않나. 그 지진파가 천안함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
“실로폰을 생각해 봐라. 길이에 따라 주파수가 달라진다. 천안함 침몰 직전 발생한 지진파의 주파수가 8.54Hz였다. 수중에서 음파의 전파 속도가 1500m/sec인데 이걸 주파수로 나누면 175.6m가 나온다. 반 파장을 계산하기 위해 둘로 나누면 87.8m가 나온다. 이게 의미하는 게 뭔가. 정확히 천안함의 길이다. 천안함 정도 길이의 물체가 울려서 나는 파형이었다는 이야기다. 다른 걸로는 설명할 수 없다.”

– 1.5 정도의 지진은 자주 일어나는 것 아닌가. 자연발생한 지진일 가능성은 없나.
“자주 일어난다. 그렇지만 8.54Hz의 지진은 매우 특수한 경우다.”

– 어뢰의 직접 충돌이라고 보는 이유는 뭔가.
“큰 폭발 이전에 아무런 다른 진동이 발견되지 않는 걸로 봐서 일단 좌초는 아니다. 좌초라면 최소한 긁히기라도 했을 것 아닌가. 그런데 이건 한 차례 엄청나게 큰 충격, 그리고 1.18초 뒤에 좀 더 작은 충격이 있었다. 첫 번째는 함체를 직접 때린 충격이고 두 번째는 함체 내부에서 유류 등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충격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버블제트형 폭발이라면 탄두가 폭발하고 버블이 발생해서 함체를 때리는 과정이 기록돼야 하는데 이 경우는 폭발과 동시에 함체의 울림이 시작됐다. 어뢰의 직격 충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 배가 부러지면서 나는 진동이었을 가능성은 없나.
“천안함 사고지점에서 백령도 지진 관측소까지의 거리는 9.7km. 만약 이 지진파가 천안함에서 발생했다고 가정하고 1차 폭발이 발생한 뒤 2차 폭발이 있기 전까지 1.18초 동안 지진파의 진폭을 에너지로 계산하면 TNT 206kg의 에너지가 된다. 이렇게 큰 에너지는 어뢰의 충돌 말고는 있을 수 없다. 이 지진파가 천안함의 폭발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정황 근거는 또 있다. 1차 폭발 직후 8.54Hz의 파형이 발생했는데 3.5초 뒤에 파형이 7.29Hz와 9.58Hz로 갈라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것도 길이를 계산해 보면 51m와 39m 정도가 되는데 각각 절단된 함수와 함미가 만든 진동으로 추정된다. 둘을 더하면 90m로 원래 천안함보다 2m 정도 긴데 이는 함수와 함미가 사선으로 찢겨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 9.7km라는 건 바다 뿐만 아니라 백령도 육상에서의 거리를 포함한 것이다. 그런데 그걸 기준으로 폭발 에너지나 함체의 길이 등을 추론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그날 육지가 축축히 젖어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오차는 있지만 바다나 육지나 큰 차이가 없다.”

– 배가 두 동강이 났는데 생존자들 가운데 고막이 파열됐다거나 화상을 입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시신도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가청 주파수, 우리 귀로 들을 수 있는 주파수는 20~2만Hz 정도다. 그런데 앞서 살펴봤듯이 이 지진파는 8.54Hz의 초저주파수였다. 당연히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고 고막에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함체 전반으로 충격이 분산되면서 직접 충돌 부위 이외의 다른 격실의 생존자들에게는 충격이 크지 않았을 수 있다. 만약 어뢰가 부딪힌 게 맞다면 첫 번째 쿵하고 함체를 때린 소리와 두 번째 내부의 유류 등이 폭발하면서 내는 꽝하는 소리는 들었겠지만 이 엄청난 진동은 느끼지 못한다. 가청 주파수가 낮은 코끼리라면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진이 날 때 동물들이 먼저 느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탱크가 포탄을 맞으면 탱크 안의 사람들은 갈가리 찢긴다고 하지 않나. 그것과 어떻게 다른가.
“탱크는 훨씬 덩치가 작지 않나. 탱크가 포탄에 맞았을 때 내는 주파수는 훨씬 높고 가청 주파수의 영역 안이다. 이 경우는 고막이 찢어지고 기절을 하게 된다.”

– 한미 합동군사훈련 도중에 어떻게 누가 천안함에 근접해서 어뢰를 쏠 수 있었는지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건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지진파를 분석할 뿐이다. 이 지진파는 88m 길이의 물체가 1.18초 간격의 두 차례 큰 충격을 받고 3.5초 뒤에 두 동강이 났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참고로 첫 번째 파형 발생 31초 뒤에 TNT 4kg 규모의 작은 파형이 발생하는데 이게 함미가 가라앉을 때 바닥과 부딪히면서 발생한 진동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쿵쾅 소리에 정신을 차려 보니 함미가 사라지고 없더라는 생존자들의 증언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나.”

– 백령도 지진관측소 말고 다른 관측소에서는 이 지진파가 전혀 관측되지 않았는데.
“진도 1.5 정도의 지진파는 대부분 오다가 소멸돼 버린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잡히지 않는 게 당연하다.”

– 군이 이 지진파에 맞춰서 사고 시각을 변경했다는 의혹도 있다.
“그런 건 모르겠다. 여전히 의혹이 많은 것도 알고 있다. 화상환자가 없다거나 물기둥을 본 사람이 없다거나 절단면이 어떻다거나 하는 건 내가 다룰 영역이 아니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지진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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