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온라인 경제신문 조선비즈를 창간한 뒤 경제지들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제지들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광고시장의 파이가 줄어들게 됐으니 이를 견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조선비즈는 리얼타임 속보와 심층 분석으로 콘텐츠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지만 기존 경제지들과 상당부분 겹칠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도 추가 광고비 지출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조선비즈가 11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을 인터뷰하자 같은 날 매일경제가 한화그룹의 황제경영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런 갈등관계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이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한 건 1981년 회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경제지 1위를 자부하는 매일경제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 홍보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매일경제가 조선비즈를 지나치게 경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회장은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은 다시 인수할 계획이 없으며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등의 중요한 기사거리들을 쏟아냈다. 북창동 폭행 사건 이후 이미지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거나 “지금까지 내가 마신 술이 유조선으로 5~6척이 될 것”이라는 등의 인간적인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조선비즈는 김 회장을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소탈하고 다정다감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매일경제는 온라인 판 톱 기사로 “오너경영에 골병든 한화, 김승연 30년 황제경영 ‘비틀'”이라는 기사를 내걸었다. 매일경제는 “김승연 한화 회장이 최근 잇단 M&A 악재와 신성장동력 부재로 ‘오너 리스크’만 키우고 있다”면서 “소통 없는 독단적 결정으로 경영 판단 오류가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한화는 결과적으로 김 회장의 폭행사건 이후 그룹 성장동력을 키우는 데 실패했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매일경제 산업부 전병준 부국장은 “한화 기사는 조선비즈의 김 회장 인터뷰와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일경제가 특정 기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 부국장은 “경제지가 기업이 잘되도록 조언도 하고 여러 가지 시리즈도 하고 하지만 기업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때 이를 비판하고 바로잡는 것도 경제지의 중요한 역할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매일경제가 평소 기업 최고경영자 인터뷰를 많이 요청하는데 그걸 거부하다가 신생 매체에만 해주니까 서운하거나 기분이 나쁜 그런 부분이 없잖아 있었던 것 같다”면서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기사로 표출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홍보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어디와도 인터뷰하기 어렵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창간한 조선비즈는 조선일보의 산업부와 경제부 기자 40여명과 신규로 채용한 경력 및 수습기자 40여명을 포함, 100명 수준으로 편집국을 구성했다. 리얼타임 속보와 심층인터뷰, 심층분석, 칼럼 등을 통해 기존 경제매체와의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기존 경제지들과 콘텐츠 구성이나 수익모델에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많아 한동안 크고 작은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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