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태호 참여연대 합동사무처 처장.

참여연대가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에 천안함 조사결과에 천안함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가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보수언론도 일제히 강한 어조로 비난했고 보수단체들은 참여연대에 몰려 가 항의집회도 열기도 했다. “도를 넘어선 행위”, “이적 행위”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14일 오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면서 “그 분들이 어느 나라 국민인지 의문이 생겼다”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도대체 이 시점에 무슨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인지 정말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저해하는 것으로서 극히 유감스런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연합뉴스는 “외부의 적으로부터 피격을 받은 상황에서 한 시민단체의 이런 행위는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나 마찬가지”라는 익명의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문화일보는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 “국제적 망신”이라는 역시 익명의 워싱턴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보수단체들 비판도 쏟아졌다. 박효종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표는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단순히 다원주의 사회의 이의제기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구성원이라고 하는 의식이 있는지 참담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11일 안보리 의장을 맡고 있는 멕시코 클라우드 헬러 유엔 대사 앞으로 서한을 보내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이 많다”면서 “남북이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니 천안함 사건을 신중하게 논의해 달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호 참여연대 합동사무처 처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부의 강한 비판에 위협과 공포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처장은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는 시민단체로서 해야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의 입장에 이견을 제기하면 이적행위고 우리나라 국민도 아니라는 비난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다음은 이 처장과 일문일답.

– 이적행위라는 비판까지 나왔는데.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나.
“부담이 크다. 위협과 공포를 느낀다. 그렇지만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나씩 답변해 주겠다. 정운찬 총리가 어느 나라 국민이냐고 물었는데 대한민국 국민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모든 국민들이 일치되고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가. 다른 생각이 있는데도 침묵해야 하는가. 그렇지 못하면 이 나라 국민이 아닌가. 그런 발상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청와대는 어떤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느냐고 물었는데 국제 사회도 국내에서 제기되는 의문을 알고 균형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창피한 일인가. 국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가. 시민사회의 다양한 문제제기가 쏟아져 나온다는 건 오히려 국격을 높이는 일이다.”

–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저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가 자국의 이해에 반대되는 발언을 하는 일이 외국에는 없는가.
“왜 없나. 시민단체, 말 그대로 비정부기구(NGO)의 일상적인 활동이다. 미국 의회가 이라크 파병안을 결의할 때 100만명이 들고 일어나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세계에 고발했다. 미국 정부가 핵확산금지조약을 다른 나라에 강요할 때 미국 국민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거짓말을 폭로했다.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나. 국내에서 충분히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서둘러 국제 사회로 들고 간 게 문제인가. 아니면 거기에 의혹을 제기한 게 문제인가. 이런 식으로 반대 의견을 억압하는 게 이명박 정부가 늘 강조하는 국격에 맞는 일인가.”

– 이적행위라는 비판도 있다. 현실적으로 이런 상황이 북한에 유리한 건 사실 아닌가.
“물론 외교 당국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답답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비판을 포용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해 나가는 게 그게 글로벌 거버넌스다.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가 부끄럽지 않은가. 한국에서는 이런 문제제기가 있다고 알리는 게 과연 이적행위인가. 북한이 우리 주장을 가져다가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반전단체의 주장이 후세인이나 알카에다에게 이용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에 반대되는 주장을 차단할 수 있나. 윽박질러서 입을 다물게 만들 건가.”

– 반대 의견도 자유롭게 허용돼야 한다, 그 말인가.
“다양성과 토론의 힘, 민주주의가 갖는 힘으로 극복하자는 이야기다. 그래야 실체적 진실에 다가설 수 있다. 정부와 군, 합동 조사단의 주장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려면 합리적인 의문에 답변을 해야 한다. 한미동맹에서 뭘 배웠다. 극단적인 군사적 패권주의로 치닫던 공화당 정부가 물러나고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뒤 국내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민주주의는 반대되는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데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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