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강효상 편집국 부국장이 “차라리 강만수가 그립다”는 제목의 도발적인 칼럼을 써서 주목된다. 강 부국장은 19일 칼럼에서 “날개 없이 추락하는 부동산 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을 걸고 나서는 당국자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정부 정책 당국자들에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강 부국장은 “차라리 MB 정권 초기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밀어붙였던 강만수 장관 같은 소신파가 그립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누군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환율을 끌어올려 수출 기업들을 돕는다는 기상천외한 정책으로 우리나라를 금융위기 직전까지 몰고 갔던 장본인이다. 환율이 뛰면 당장 수출기업들은 환영하겠지만 수입물가가 올라 그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가뜩이나 세계적으로 금융불안이 확산되는 국면에서 투기세력의 표적이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강 전 장관은 2008년 5월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기 직전 한국투자공사(KIC)의 자금 20억달러를 미국의 투자은행 메릴린치에 투자한데 이어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추진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다행히 리먼브러더스는 인수 직전에 파산했지만 자칫 엄청난 국부 유출을 초래할 뻔했던 아찔한 사건이었다. 오죽하면 보수·경제지들 사이에서도 한탕주의라는 비난이 나올 정도였다.

강 전 장관은 이밖에도 종합부동산세를 축소하고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하는 등 부동산 규제 완화를 추진했던 강부자 내각의 핵심 실세였다. 집권 초반 7% 성장과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을 목표로 이른바 747 성장 공약을 내걸었으나 경제 성장률은 2008년 2.3%, 2009년 0.2%에 그쳤고 국제통화기금은 한국이 2015년에도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747 공약은 사실상 폐기된 상태다.

조선일보가 추락한 747의 기장, 강 전 장관을 다시 불러낸 것은 강력한 부동산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강 부국장은 “주택업계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금융규제를 완화하고 소위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계획을 축소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면서 “이런 규제는 은행들이 자기 책임 아래 자율적으로 시행하면 그만이지 정부가 법규로 강제할 일은 아니라는 반론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 부국장은 최근 금리 인상을 단행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를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조선일보를 비롯해 보수·경제지들은 그동안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출구전략을 늦출 것을 주문해 왔다. 강 부국장은 “부동산 시장에 금리 인상은 독약”이라면서 “정책의 최종 선택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사람을 자임하던 그가 금리인상을 단행했다”고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강 부국장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팀은 전 정권 때 폭등한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하는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다”면서 “정책당국자들은 고장난 레코드처럼 DTI 완화는 안 된다고 이구동성”이라고 직설적으로 불만을 쏟아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 대해서는 “국토해양부 장관인지 금융위원장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비난하고 최중경 경제수석에 대해서는 “최틀러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실망스러울 뿐”이라고 평가했다.

강 부국장의 불만은 이명박 정부가 집값 하락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DTI 규제 완화다. 그러나 강 부국장은 최근 집값 하락이 DTI 규제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설령 정부가 DTI 규제를 푼다고 해도 금융권에서는 대출 비율을 높일 생각이 없으며 대출을 늘려준다고 해도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이 없다. 과도한 규제 때문에 집값이 계속 떨어진다고 투정을 부리는 건 그야말로 순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강 부국장은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 강 전 장관의 좌충우돌과 무차별 감세와 규제 완화의 부작용과 후유증을 간과하고 있다. 이제 와서 “차라리 강만수가 그립다”고 부르짖는 조선일보의 칼럼은 집값을 끌어올려달라는 보수진영의 아우성인 셈인데 그만큼 이들이 절박하고 다급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원칙도 신념도 없이 ‘우리 편’만 감싸고 돌았던 강만수를 다시 소환해야 할 정도로 보수진영이 내분을 겪고 있다는 징후로 해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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