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G20 정상들에게 보낸 서한이 10일 공개됐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해 공개한 이 서한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살아야 세계 경제가 산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가계가 저축을 멈추고 빚에 의존한 소비를 계속한다면 세계경제의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면서 “강력하고 지속가능하며 균형 잡힌 경제 회복이라는 우리의 공동의 목표를 어느 한 나라가 달성할 수는 없다(Yet no one country can achieve our joint objective of a strong, sustainable, and balanced recovery on its own)”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미국이 변화하고 있듯이 그동안 내수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수출에 의존해 왔던 나라들도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지 못하도록 하는 시장 결정적 환율 제도가 정착돼야 글로벌 균형 성장이 가능하게 된다”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적자국과 흑자국 등 모든 나라가 협력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지난달 23일 경주에서 열렸던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환율전쟁을 끝내기로 합의한 뒤 10일도 안 지나서 6천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계획을 발표했다. 다른 나라들에게는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서는 안 된다고 압박하면서 미국은 달러화를 무더기로 풀어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그야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아전인수 논리다.

미국이 살아야 세계가 산다는 논리 역시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경제의 구조적 부실과 미국 국민들의 과도한 탐욕에서 비롯했다.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찍어내서 뿌리면서 부실을 다른 나라들에 전가해 왔다. 오히려 미국의 부실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미국이 “우리도 변하고 있으니 너희도 변해야 한다”고 훈계하는 건 참으로 후안무치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이 뜻한 바대로 중국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경상수지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합의를 끌어내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을 보인다. 미국은 이미 신뢰를 크게 잃은 상태고 중국과 독일 등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세계 여러 나라들은 이미 미국의 몰락을 당면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미국의 몰락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일찌감치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우리가 케이크를 그대로 들고 있는 것과 먹어치우는 일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고 비유한 바 있다. 미국 경제의 구조적 부실을 그대로 방치하면서 미국 경제를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달러화를 대체할 새로운 기축통화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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