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인터뷰는 당초 미디어오늘 인터뷰로 계획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실리지 못했습니다. 미묘하긴 하지만 소속 회사와 입장이 달라 곤란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해서 일부 민감한 부분을 덜어내고 익명 처리해서 게재합니다. ○○○ 팀장님,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

“왜 우리나라에는 경제적으로 자립한 전업 블로거가 없을까요? 안타깝지만 그들의 콘텐츠가 상품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좋은 콘텐츠와 돈 받고 팔 수 있는 콘텐츠는 다르죠. 차별화된 콘텐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아무개 포털 사이트 ○○○ 팀장은 “주류 언론의 흉내를 내는 블로거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냉정하게 잘라 말한다.

○ 팀장은 같은 이유로 주류 언론의 미래에 대해서도 냉소적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대기업 광고주와 유착하거나 포털에 기생하면서 수명을 연장하고 있지만 ○ 팀장은 그런 낡은 수익모델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광고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고 포털이 뉴스 캐스트 같은 기묘한 시스템으로 지금처럼 언론과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할 것인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포털 역시 끊임없이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 팀장은 소셜 네트워크에서 언론의 미래를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트위터는 이미 주류 언론의 속보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집단지성의 담론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가공되지 않은 1차 정보가 곧바로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그들이 직접 뉴스의 가치와 경중을 판단한다. ‘팩트 파인딩’과 ‘이슈 파이팅’은 여전히 언론의 주요한 역할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경쟁력이 없고 수익모델도 마땅치 않다.

○ 팀장은 “좀 더 전문적인 영역, 특화된 영역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디에나 공짜 콘텐츠가 넘쳐나지만 여전히 팔릴만한 콘텐츠는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 팀장은 “언론은 이제 미디어 기업이 아니라 콘텐츠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류 언론이 유통 플랫폼을 장악하고 여론을 움직이던 시대가 이미 지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새로운 유통 플랫폼에서는 주류 언론도 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 팀장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전자책 시장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저자가 10% 정도의 인세를 받았지만 이제는 거꾸로 출판사가 10%의 출판 대행 수수료를 받는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 콘텐츠 생산자가 받게 될 인세는 50%가 넘을 수도 있다. 콘텐츠 생산자와 수요자가 직접 만나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콘텐츠의 유통 비용이 갈수록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콘텐츠의 가치가 더욱 부각된다.

전자책의 등장은 단순히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옮겨가는 것 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유통 플랫폼과 구매 패턴이 송두리째 바뀐다는 걸 의미한다. 주류 언론이 맡았던 미디어의 역할이 소셜 네트워크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는 수평적이고 민주적이다. 누군가가 독점할 수도 없고 통제하거나 뒤흔드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곳에서는 플랫폼이 아니라 철저하게 개별 콘텐츠 단위로 소비된다.

○ 팀장은 묻는다. “플랫폼 기업이 될 것인가. 콘텐츠 기업이 될 것인가.” 플랫폼 기업이 되려면 이제 애플이나 아마존, 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KT나 SK텔레콤, NHN, 다음 등과 싸워야 한다. 지금까지의 플랫폼은 이미 낡았고 비용 대비 효율이 낮다. 언론사들에게 과연 승산이 있을까. 새 플랫폼에서도 언론사들의 콘텐츠는 헐값에 팔린다. 많은 언론사들이 낡은 플랫폼을 버리지도, 그렇다고 새 플랫폼으로 완전히 옮겨가지도 못한 상태다.

이런 질문은 블로거와 독립 언론에게도 유효하다. 수익모델을 찾는다면 먼저 팔릴만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선이다. ○ 팀장은 블로거들 콘텐츠를 출판 대행하는 에이전시가 생겨날 수도 있을 거라고 전망한다. 두꺼운 단행본이 아니라도 된다. 몇 십 페이지의 보고서일 수도 있고 현장 르포나 인터뷰 묶음일 수도 있다. ○ 팀장은 아이패드와 킨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쏟아져 나올 여러 모바일 단말기들이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할 거라고 믿는다.

실제로 일찌감치 모바일 비즈니스가 자리 잡은 미국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는 모바일 콘텐츠가 전자책이다. 온라인과 달리 모바일에서는 지불의사가 훨씬 더 크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공짜 콘텐츠가 널려 있지만 꼭 필요한 콘텐츠라고 판단되면 결제 버튼을 누르는데 망설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 팀장은 다시 핵심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콘텐츠는 온라인에 널려 있는 공짜 콘텐츠와 어떻게 다른가.”

언론사들도 이제 콘텐츠 경쟁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겠지만 팔릴만한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일단 살아남아야 계속해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 아닌가. 팔릴만한 콘텐츠는 단순히 좋은 콘텐츠와도 다르고 상업적인 콘텐츠와도 다르다. 지불 장벽을 뛰어넘을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차별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냉혹하지만 그게 생존의 조건이다.

○ 팀장은 “오히려 이 새로운 플랫폼이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콘텐츠 생산자들이 연대하는 콘텐츠 ‘길드’가 등장할 것이고 이들을 컨설팅하고 서포트하는 콘텐츠 에이전시도 유망 비즈니스로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기존의 주류 언론의 영역을 잠식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 팀장은 “틀을 깨라”고 강조한다. “새로운 질서에 맞는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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