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깎아줄 테니 펀드 투자하라는데… 연봉 많을수록, 투자 많이 할수록, 더 많은 혜택.

정부가 주가 하락을 막겠다고 국민들에게 내놓은 미끼가 소득 공제 혜택이다. 세금을 깎아줄 테니 주식 투자를 늘리라는 이야기인 셈인데 그 혜택이 연봉이 많을수록 투자금액이 많을수록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는 주가 폭락을 방어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 상위 1%를 위한 이른바 강부자 정책의 일환인 셈이다. 그런데 대부분 언론이 이 사실을 빠뜨리고 정부 발표를 단순 인용하는데 그쳤다.


정부가 19일 발표한 장기 보유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에 대한 세제지원 방안에 따르면 3년 이상 적립식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개인 투자자에 대해 연간 1200만원 한도에서 납입액의 일정비율을 소득공제하고, 배당소득에 대해서도 비과세하기로 했다. 또 거치식으로 3년 이상 회사채형 펀드에 투자하면 3천만원 한도에서 배당소득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신규 가입자는 가입일 이후부터 기존 가입자는 계약 갱신일 이후부터 적용된다.

소득 공제율이 1년 차에는 20%, 2년 차에는 10%, 3년 차에는 5%가 된다. 이를 테면 연봉 4천만원을 받는 직장인 A씨의 경우 매달 50만원을 장기 주식형 펀드에 납입하면 1년 차에는 납입액(600만원)에 소득공제율(20%)과 한계세율(17.6%)을 곱해 계산되는데 21만1000원, 2년 차에는 소득공제율과 한계세율이 각각 10%와 16.5%로 9만9000원, 3년차에는 각각 5%와 16.5%로 5만원이 된다. 이런 계산으로 3년 동안 모두 36만원의 세금을 덜 내게 된다.

만약 월 불입액이 100만원이라면 3년 동안 71만9천원의 세금을 덜 내게 된다. 소득이 많을수록, 다시 말해 소득세를 많이 낼수록 혜택이 더 커서 만약 연봉이 8천만원이라면 월 불입액 50만원의 경우 3년 동안 56만7천원, 월 불입액이 100만원의 경우 113만5천원의 혜택을 받게 된다. 상당수 언론이 정부가 내놓은 이 추정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선정적인 제목을 뽑고 있다.

“월 50만원 적립식 펀드 36만원 세 혜택(한국경제)”, “연봉 4천만원 김 과장, 월 50만원 3년 불입 땐 36만원 절세(중앙일보)”, “연봉 8천만원 봉급자 3년간 세금 113만원 줄어(매일경제)”, “연봉 4000만원, 월 50만원씩 3년 넣으면 36만원 세 환급(동아일보)”, “연봉 4천만원 조과장 월 50만원 펀드 적립 3년 36만원 세 혜택(서울신문)” 등 대부분 신문이 배껴쓴 듯 비슷한 제목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추정 자료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문제가 많다. 일단 연봉 4천만원과 8천만원 사이에 같은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혜택에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지적한 언론은 한 군데도 없었다. 똑같이 월 50만원씩을 투자하더라도 연봉 4천만원의 경우 36만원을 돌려받게 되지만 연봉 8천만원의 경우 56만7천원을 돌려받게 된다. 월 100만원씩을 투자하는 경우에도 연봉 4천만원은 71만9천원, 연봉 8천만원은 113만5천원으로 차이가 크다.

좀 더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소득세는 연봉에서 공제금액을 뺀 과세표준에 부과되는데 만약 첫 해에 1천만원을 넣었고 공제 비율이 20%라면 과세표준에서 100만원을 추가로 빼고 계산한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연말 소득공제에서 돌려받게 되는 돈이 늘어나게 된다. 한도가 1200만원까지니까 최대 공제금액은 240만원인데 소득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기 때문에 돌려받는 돈도 더 늘어나게 된다.

만약 연봉 3천만원에 월 10만원씩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1년 차에 한계세율 17.6%를 적용, 4만2240원, 2년 차에 1만9800원, 3년 차에 9900원으로 모두 더하면 7만1940원이 된다. 만약 똑같이 월 10만원씩이라도 연봉이 2천만원이라면 한계세율이 1년 차에 8.8%로 3년 동안 3만4980원으로 줄어든다. 만약 연봉이 8천만원인 사람이 월 10만원씩을 투자한다면 11만3520원으로 늘어난다.

또한 월 50만원이나 100만원씩 투자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 또한 간과하고 있다. 그 줄어든 세금 수입은 결국 재정 지출 감소나 다른 부문의 세금을 늘려서 충당해야 한다. 윤종훈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적립식 펀드를 들 수 있는 사람이 한정돼 있을 텐데 결국 돈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몰아주는 제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강부자들을 위한 감세 혜택의 일환”이라는 이야기다.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 관계자는 “이번 펀드 세제 지원은 지금까지 나온 혜택 가운데 가장 광범위하고 혜택도 크다”고 말했다. “장기주택마련저축 등도 연 1200만원까지 혜택을 주지만 저소득 무주택자에 한정돼 있었다면 이번 혜택은 전체 국민들이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라고 덧붙였다. 전체 국민이라고는 하지만 연 1200만원씩 펀드에 집어넣을 여윳돈이 있는 사람이 매우 한정돼 있다는 사실을 이 관계자도 인정했다.

한편 이를 이용한 절세 재테크도 가능할 전망이다. 1년 차에 소득 공제율이 20%고 그 다음해에는 10%와 5%씩이니까 첫 해만 최대한도인 1200만원까지 집어넣고 3년이 될 때까지 묻어두면 그것만으로도 연봉 8천만원의 경우 5.5%의 추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연봉 4천만원인 경우라도 3.5%의 추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연봉이 1억원 이상이면 추가 수익률이 더 올라간다.

주가 부양의 성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펀드에 대해서는 혜택이 없고 법안 발효 이후 가입됐거나 갱신된 펀드에만 해당이 되기 때문이다. 프루덴셜투자증권 김진성 연구원은 “거치식 주식형 펀드에 대한 환매방어 유인이 전무하며, 기존 적립식 펀드 역시 계약연장의사를 표시한 이후 불입분만 세제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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