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의 ‘지방대 루저’ 발언 논란과 관련, SBS 심석태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반박 글을 올렸던데요. 심 기자는 기사 부제목에 들어간 ‘봉변’이라는 표현 문제 삼으면서 미디어오늘이 악의적인 왜곡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방송이 별 탈 없이 부드럽게 진행됐으며 이제석씨가 어색해하거나 봉변을 당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말이죠. “방송 내용을 객관적 시각으로 봤더라면 나갈 수 없는 내용이 지금도 버젓이 실려 있는 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봉변’이라는 표현이 지나치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루저’라는 표현을 이제석씨가 책에서도 썼고 다른 언론에도 그런 표현이 등장하기 때문에 과거의 이씨를 ‘루저’라고 지칭하고 “루저에서 광고 천재로”라는 자막을 내보내는 것이 큰 문제가 없다는 반박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를 지적한 기사를 “악의적인 왜곡”으로 매도하는 것 역시 동의할 수 없습니다.
심 기자는 “미디어 비평의 가벼움”을 지적하기에 앞서 “방송 뉴스의 가벼움”을 먼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SBS는 뉴스에서 지방대 출신 간판업자를 ‘루저’라고 지칭했습니다. 다만 그게 과거의 일이고 지금은 이만큼 성공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었다고 하지만 매우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석씨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맥락과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거두절미하거나 무시하고 그냥 기사 되는 쪽으로 몰아가는 글을 썼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도 이제석씨의 책을 봤습니다만, 심 기자가 말하는 “맥락과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제석씨 스스로도 루저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과거의 그를 루저라고 부르는 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심 기자가 맥락을 거두절미하거나 무시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
SBS는 논란이 확산되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이제석 씨가 지방대 출신이고, 한때 동네에서 간판업을 했다는 사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 “‘루저’라는 표현이 갖는 사회적 폭발력과 민감성을 감안해서, 이제석 씨 본인의 표현을 인용하는 것이었다 하더라도 좀 더 사려깊게 신중히 고민했어야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심 기자의 글은 그 이후에 쓰여진 것인데 그는 회사 차원의 공식 사과와 다른 입장인 걸까요?
참고 : 지방대 출신은 ‘루저’? SBS 뉴스 논란. (미디어오늘)
참고 : SBS, 지방대 출신 ‘루저’ 표현 사과. (미디어오늘)
참고 :미디어 비평의 가벼움…이른바 ‘루저’ 논란에 대해. (심석태 기자의 세상 읽기)
기사에 인용했던 한 누리꾼의 글을 다시 인용해 봅니다.
‘Sisypus’라는 아이디의 한 누리꾼은 다음 아고라에 남긴 글에서 “SBS의 이 뉴스 헤드라인을 보는 순간 대한민국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을 본것 같아 가슴이 착잡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누리꾼은 “SBS는 지방대를 졸업하고 동네 간판 만드는 곳에서 일을 하던 이제석씨를 ‘루저’라고 표현했고 해외 광고제에서 상을 휩쓸었기 때문에 지금은 ‘광고천재’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는 ‘지방대학교 = 루저’ 또는, ‘동네 간판집 = 루저’라는 공식이 이들의 머리 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헤드라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누리꾼은 “달리 생각하면 지금 한국 사회는 해외 유수의 광고제에서 상을 휩쓸 정도로 뛰어난 천재를 계속해서 루저로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해완료 ㅋ
재밌네요. 마지막 이정환님 등장이 클라이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