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일까. 신문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 3일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분석을 내놓았다. 새사연은 “우리나라가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는 정부의 역할이 지대했다”면서 “경제회복에 정부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은 역으로 기업과 가계 등 민간 부분이 침체의 늪에 빠져있으며 사실이며, 정부의 개입이 지속되지 않는 한 경기회복 역시 지속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올해 1분기 0.1%의 성장률을 기록한데 이어 2분기에는 2.3%를 기록해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그러나 새사연은 “세계적으로 경기회복이 대단이 느리게 지속될 가능성이 큰데 우리 정부가 단기적으로 경제지표를 바꾸기 위해 쏟은 비용은 역으로 중장기 지속 대응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사연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자동차 판매 부진이 소비재 판매 급락을 주도했던 반면 올해 5월 이후 자동차 판매가 회복되면서 소비자 판매 역시 크게 반등했음을 주목한다. -20% 이상 감소세를 보였던 국내 자동차 판매가 5월에는 20% 이상, 6월에는 60% 이상 폭증하면서 소비재 판매를 견인했다는 이야기다. 새사연은 2분기 성장률 2.3% 가운데 0.5~0.8%가 자동차 내수 폭발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토목·건설 부문 역시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민간부문 건설이 지난 7월 -9.2%를 기록하는 등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공공부문 건설은 20% 이상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설비투자 역시 공공부문의 역할이 컸다. 특히 설비투자의 핵심인 기계수주는 지난해 8월부터 -20% 이상 감소추세를 이어오다가 올해 6월 2.1% 상승 반전한데 이어 7월에는 7.3%로 뛰었다.
새사연은 또 “-22만명까지 줄어들었던 취업자수가 7월 들어 -7만5천명 수준으로 회복된 데는 공공부문 취업자가 예년의 100배 수준인 32만명이나 늘어났기 때문”이라면서 “제조업과 건설업, 도소매업의 일자리 감소행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사연은 “청년 인턴과 희망근로 덕분에 고용지표가 외형적인 안정세를 찾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작업이 없었다면 7월 취업자 증가는 -40만명 수준으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새사연은 “기계수주의 경우 7월 기준으로 놓고 보면 민간 부문에서는 오히려 -32.9%나 감소했다”면서 “공공부문에서 원자로 등 수주가 늘어 500% 이상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사연은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으로 성장률도 올리고 고용도 늘리겠다고 했지만, 건설부문 고용은 여전히 사상 최악이고 민간투자를 활성화시키겠다며 감세정책을 펴오고 있지만 투자확대 효과여부는 말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병권 부원장은 “우리 정부는 상반기에 전체 예산의 60%가 넘는 161조원의 재정지출을 쏟아붓는 등 조기에 재정물량 공세를 폈다”면서 “미국이 7870억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도 2009년 지출 부분이 1849억달러 밖에 안 되고 그나마도 상반기에는 35% 정도밖에 지출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정부의 개입이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인지 지속적인 추세로 지속가능한 것인지 하는 것이다.
김 부원장은 “올해 편성한 정부 예산 300조원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막대한 규모다”라며 “정부재정이라고 해서 마르지 않는 샘은 아니고 재정지출 확대와 통화 확대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복병과 맞서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국가 부채 증가율이 OECD에서 가장 빠르다는 사실도 흔히 간과되고 있다. 하반기 재정지출 여력이 지난해 수준에 못미치는 100조원 남짓에 그칠 거라는 전망도 주목된다.
김 부원장은 “상반기에 정부가 창조해낸 ‘기적’의 경제지표들을 정부가 계속 떠받들 수 없다는 의미”라면서 “이제는 민간이 그 바통을 이어 받아야 하는데 가계는 줄어드는 소득을 부채로 메우면서 오히려 가계부실 위험을 키우고 있고 기업들은 여전히 투자나 고용을 늘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원장은 “단기적으로 경제지표를 바꾸기 위해 쏟은 비용은 역으로 중장기 지속 대응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부원장은 “우리 정부는 위기의 본질적인 해법인 구조개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금융 규제 완화와 노동 유연화를 밀어붙이고 교육과 의료 등 사회 서비스의 민영화를 추진하는 등 역진적인 정책을 강행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면서 “우정 민영화라는 신자유주의 카드를 들고 나와 한때 지지도 80% 이상의 엄청난 인기를 누리다가 몰락한 일본 고이즈미 정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