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31일,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 이후 남게 될 700MHz 주파수 대역을 두고 지상파 방송사들과 통신회사들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 황금 주파수 대역을 방송과 통신이 반반씩 나눠쓰자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정제창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14일 국제방송기술컨퍼런스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6MHz폭 채널을 하나씩 할당 받을 경우 700MHz 대역에서 9개 대역과 아직 활용 방안이 정해지지 않은 2~5번까지 VHF 채널 5개 대역을 포함 14개 대역을 확보, 차세대 방송 서비스를 위한 유휴 주파수 대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방송과 통신이 54MHz 폭을 나눠가질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차세대 방송 서비스의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2D(2차원) TV와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3D(3차원) TV와 풀 HD(고해상도) TV 서비스를 하기 위해 방송사마다 6MHz 폭을 할당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2D 영상은 그대로 유지하되 추가 채널을 활용, 풀 HD 영상을 9MHz폭으로 압축해서 H.264나 HEVC(차세대 전송기술) 방식으로 전송할 수 있다. 3MHz 폭이 남게 되므로 SD 채널 3개를 포함해 다채널 방송 서비스도 가능하게 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우선적으로 4K 디지털을 지원하는 UHD(초고해상도) TV 서비스를 시작하되 향후 8K UHD TV 서비스까지 확장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이다. 4K UHD 서비스는 HD 서비스보다 4배 이상의 데이터 전송량이 필요하다. 이 경우에도 6MHz 폭을 추가 할당 받아 기존 대역에서는 MPEG-2 방식의 HD 서비스를 하고 추가 대역에서는 HEVC 방식으로 4K UHD 서비스를 동시에 내보낼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이 둘을 결합, HD와 4K UHD, 8K UHD 영상을 동시에 방송하는 방식이다. 역시 6MHz 폭을 받아 추가 대역에서 HEVC로 압축된 4K UHD 영상을 내보내고 이를 8K UHD 영상으로 확대한 영상의 차분 신호를 추출, 추가 대역을 이용해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후 HD에서 UHD로 전환하는 단계에서는 6MHz폭 두 채널 만으로 4K와 8K UHD 방송을 동시에 내보내거나 4K와 4K 3D 방송을 동시에 내보내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정 교수는 “호환성이 보장되고 화질이 유지되는 3DTV나 UHDTV 서비스를 하려면 700MHz 대역에서 추가 주파수 대역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700MHz 대역을 모두 방송사들이 쓰겠다고 주장하는 건 설득력도 떨어진다”면서 “방송과 통신이 반반씩 쓰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차세대 방송 서비스의 장점을 고려해 방송망과 통신망의 균형있는 역할 분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