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은 장기적으로 운용 효율이 높은 SFN(단일 주파수 네트워크) 방식으로 옮겨가는 게 맞다. SFN 방식을 도입하면 지상파 방송의 점유 주파수 대역이 지금보다 줄어들어 통신회사들 주파수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된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예비 주파수 대역을 남겨둬야 한다. 700MHz 대역을 모두 내주고 나면 지상파 방송은 아무런 변화도 시도할 수 없게 된다.”

700MHz 주파수 대역을 두고 방송과 통신 업계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SFN 도입이 방송과 통신 모두가 윈윈하는 해법이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박성규 미래방송 연구회 학술국장은 지난 23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방송독립포럼 토론회에서 “SFN 기반의 다음 세대 방송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테스트할 예비 주파수 대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2년 12월31일 이후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면 700MHz 대역에서 108MHz 폭이 남게 된다.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쓰고 있는 68개의 채널을 38개로 줄이고 나머지를 통신회사들에게 판매한다는 계획인데 지상파 방송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난시청 해소를 위해 추가 채널이 필요한 데다 다음 세대 방송 기술을 위한 예비 주파수 대역을 확보해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국장은 “방송 주파수는 그린벨트 같은 공공의 자산”이라면서 “자본의 논리에 휘둘려 한번 훼손하고 나면 복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10% 미만으로 줄어든 지상파 방송 직접 수신 가구를 늘리려면 방송 서비스의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케이블 방송과 위성 방송, IPTV 등 유료 방송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망과 기술에서 뒤처지기 시작하면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서 지상파 방송에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국장은 “우리나라는 산악 지형과 아파트, 빌딩이 많아 미국처럼 출력을 높일 수도 없고 전파 커버리지도 매우 좁다”면서 “미국과는 시장 환경이나 지형적 조건에 큰 차이가 있는데도 무작정 미국을 모방하는 정부 정책에 우려가 많다”고 덧붙였다. 박 국장은 “디지털 전환 이후 예상하지 못했던 지역에서 난시청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방송 주파수 대역이 줄어들면 유료 방송을 볼 수 없는 서민들의 TV 시청 환경이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국장은 “앞으로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되면 대용량 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하게 돼 방송과 정면 충돌하게 된다”면서 “방송도 이제 HDTV를 넘어 3D(3차원)TV나 UD(초고화질)TV 등 고화질 대용량 서비스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소멸하거나 다른 서비스에 흡수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박 국장은 “망이 있어야 기술적 변화가 필요할 때 진화할 수 있고 주도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구만 서울과학기술대 매체공학과 교수는 “방송과 통신 모두 주파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인데 방통위는 일방적으로 통신회사들 손을 들어주려는 것 같다”면서 “수십GHz의 대역을 쓰는 통신사들이 수백MHz 대역을 쓰는 방송사들 주파수까지 넘보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최근 통신회사들 트래픽 급증은 단순히 주파수를 추가 확보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네트워크 자원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호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주파수도 우리 다음 세대에게 빌려온 것”이라면서 “한번 시장에 넘어가면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일부 언론에서 방송과 통신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천박한 표현으로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데 주파수 논쟁의 핵심은 공공의 네트워크 자산을 시장에 팔아치우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있다”면서 “전파의 공공성과 공익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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