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간에 들었던 흥미로운 케이스 스터디. 워싱턴DC의 내셔널 파크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질문 1. 기념탑의 부식과 훼손이 왜 이렇게 심한가.
= 청소하는 데 독한 화학 약품을 쓰기 때문이다.

질문 2. 왜 독한 화학 약품을 쓰는가.
= 어마어마한 양의 새 똥을 치우기 위해서다.

질문 3. 왜 새들이 여기에서 똥을 싸는가.
= 박물관 주변에 거미가 많기 때문이다. 거미가 새들의 주식이다.

질문 4. 왜 거미가 이렇게 많은가.
= 거미들이 좋아하는 벌레들이 해질녘에 기념탑 주변으로 몰려가기 때문이다.

질문 5. 왜 벌레들이 해질녘에 몰려드는가.
= 기념탑에 조명을 켜기 때문이다.

수많은 학자들이 모여서 이 다섯 가지 질문을 두고 토론을 했지만 뾰족한 답을 찾지 못했다. 벌레를 없애거나 거미를 없애려는 그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했다. 워싱턴 최대의 야경 명소인데 조명을 켜지 않을 수도 없었다.

(교수님이 아이디어 없냐고 물으시기에, “기념탑을 새 똥 색깔로 칠하는 겁니다, 덕지덕지 어떤 게 새 똥이고 어떤 게 페인트 무늬인지 알 수 없도록 말이죠”라고 답을 했다가 까였다. “아주 참신하긴 하네요”라고 하셨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한 데서 나왔다.

문제는 기념탑이 가장 먼저 조명을 켜기 때문에 온 도시의 벌레들이 기념탑 주변으로 몰려온다는 데 있었다. 의외로 간단했던 해법은 기념탑의 조명을 30분 늦게 켜는 것이었다. 석양에 물드는 아름다운 기념탑을 찍으러 찾아왔던 관광객들은 실망했지만 벌레가 다른 곳으로 몰려가니 거미도 줄어들었고 찾아오는 새도 줄었고 새 똥도 눈에 띄게 줄었다.

단순히 점등 시간을 늦춘 것 때문에 새 똥이 줄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점등 시간을 늦추지 않고서는 그 어떤 대책도 효과가 없었다는 게 정확한 설명이라고 한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면 훨씬 간단하고 효과적인 해법에 이를 수 있다는 게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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