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가 핵폭탄급 폭로를 쏟아낸 다음 날인 27일 경제지들은 노골적으로 삼성 살리기에 나섰다. 그동안 침묵 또는 축소 보도로 일관했다면 이제는 아예 김 변호사의 주장이 맞더라도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는 공세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한국경제 정규재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삼성 아니라 그 어떤 기업의 비자금도 이런 약탈적 규제 천국에서는 정당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 위원은 “세금이란 것도 국가 폭력에 다름 아니었다”면서 “대가 없이 징발하고 이에 반발하면 강력한 체벌이 따른다는 점에서 조폭의 논리와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위원은 “위에서 빼앗아 가지 않으면 아래에서 은밀하게 준비해야 할 까닭도 없다”면서 비자금을 정당화한다.

정 위원은 심지어 김 변호사를 “똥파리”에 비유한다. 변호사들을 통째로 사기꾼 취급을 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사기꾼이라는 말과도 혼용된다는 변호사가 양심고백이라는 말로 장난을 치고 때는 이때다 하며 시민단체가 나서고 하느님께 자신을 바쳤다는 천주교 사제들까지 나서서 앞다퉈 마이크를 잡는 지경”이라며 개탄한다. 정 위원은 “정치 프로처럼 움직이는 사제들을 보는 것도 역겹다”며 감정을 있는 대로 쏟아내기에 이른다.

매일경제에 실린 이만우 고려대 교수의 칼럼은 좀 더 구체적이다. 이 교수는 김 변호사의 폭로를 “웃기는 상상”으로 평가절하한다. 이 교수는 김 변호사보다 삼성그룹 내부를 더 잘아는 것처럼 “이런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할 수는 없다”고 단정짓는다. 이 교수는 “거래금액이 발생 즉시 회계 시스템에 입력되고 내부통제 시스템에 의해 재무제표가 실시간으로 작성되는데 이중장부가 어떻게 존재한단 말인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이 교수는 에버랜드 편법증여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한다. “전환사채 대금은 자본거래여서 손익거래와 달리 배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많다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삼성 분식회계 폭로의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이를 반박하고 삼성의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아무런 근거도 대지 않고 있다. 삼성이 그럴 리가 없다는 자기암시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매경은 39면에 <김용철 변호사 최후의 폭로/근거는 여전히 미흡>이라는 기사를 내보냈지만 이 기사에는 김 변호사의 폭로에 근거가 어떻게 미흡한지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김 변호사는 3장의 문건을 제시했고 매경은 기사에서 삼성이 “13년 전 서류인만큼 곧바로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사실을 인용하고 있다. 삼성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거나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 아무런 구체적인 반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매경은 김 변호사의 폭로를 근거가 미흡하다고 단정짓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이 와중에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에 1면과 13면에 걸쳐 상당한 지면을 할애했다. “비수익 사업은 접는 대신 수익성 높은 미래 사업에 투자를 집중키로 했다”면서 “뼈를 깎는 변화를 추진해 초일류로 도약할 것”이라는 삼성 관계자의 말을 전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김용철 변호사의 기자회견과 관련된 기사를 한 건도 내보내지 않았다.

심각한 사안인만큼 파이낸셜뉴스를 제외한 대부분 신문이 상당한 비중을 할애해 김 변호사의 폭로 내용을 전하고 있다.

한겨레는 1면부터 7면 광고면을 빼고 9면까지 8개 면과 사설, 칼럼에 걸쳐 김 변호사의 폭로 관련 기사로 도배를 하다시피 했다. 관련기사만 모두 21건, 지면 면적은 1만33.97㎠에 이른다. 경향신문은 15건, 5976.39㎠, 서울신문은 10건, 3243.55㎠으로 비중있게 다뤘다. 중앙일보는 1면에 <중앙일보 관련 김용철씨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는 기사를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중앙일보는 6면 전면을 털어 관련 기사를 내보냈는데 정확히 지면을 2등분해 김 변호사와 삼성의 주장을 나란히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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