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 종이 신문과 지상파 방송은 머지않아 우리 생활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될지도 모른다. 음성 통화는 인터넷 기반으로 옮겨갈 것이고 미디어 인프라도 인터넷으로 통합될 것이다. 이제 TV는 휴대전화에서도 볼 수 있고 노트북에서도 볼 수 있다. 방송을 누가 송출하느냐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시대,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이 분리되는 시대가 곧 온다.


2008년은 신문과 방송, 통신, 인터넷 등 미디어의 합종연횡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IPTV 관련 법안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하면서 통신 사업자들의 방송 진출도 가시화하고 있다. 미디어와 인터넷 또는 통신의 경계는 모호해졌거나 이미 무너졌다. 콘텐츠는 이제 특정 미디어에 종속되지 않는다. 바야흐로 2008년은 미디어 컨버전스(융합)의 원년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변화의 중심은 TV다. 이제 TV로 인터넷에 접속해 리모컨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통닭을 주문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TV와 PC의 경계는 그만큼 모호해졌다. 지금까지는 드라마를 녹화하려면 비디오테이프이나 DVD 레코더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그냥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두고 언제라도 목록을 검색해 저장된 파일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캠코더 역시 하드디스크 타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파일의 복사와 편집도 훨씬 편리해졌다.

TV는 이제 거실을 벗어난다. LCD 패널과 네트워크 단말기만 있으면 침실이나 욕실, 주방에도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TV를 놓을 수 있다. 한 대의 PC와 여러 대의 TV가 하나의 홈 네트워크 시스템에 묶이게 된다는 이야기다. 무선 인터넷과 IPTV가 결합하면 TV의 외연은 더욱 넓어지게 된다. PMP(포터블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등은 직접 네트워크에 접속해 파일을 내려 받거나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슬링박스나 로케이션프리 등을 이용, TV 화면을 노트북이나 휴대용 게임 단말기 또는 더욱 간단한 재생장치로 전송하거나 거꾸로 PC의 파일을 TV를 통해 재생하는 하드웨어나 서비스도 보편화될 것이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만 있다면 세계 어디에서나 지역 유선방송까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저장 공간이 늘어나면서 드라마 전체를 미리 예약하고 저장할 수 있게 된다. 어떤 방식이든 방송사의 VOD 다시 보기 서비스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편 휴대전화는 이동형 네트워크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휴대전화는 음성 통화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데이터 통신 요금은 더욱 저렴해 질 것이고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빨리 전송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기존의 유선 인터넷을 완벽하게 흡수 또는 보완하게 될 것이다. 출근 길 지하철에서 아침 신문을 검색하거나 생방송으로 아침 뉴스를 보거나 지난 밤 드라마를 다시 보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콘텐츠의 유통과 과금 체계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 저작권 단속이 강화되면서 아이튠즈처럼 합법적으로 MP3 파일을 사고파는 시장이 자리 잡게 될 것이고 TV 드라마나 최신 개봉 영화 등 동영상 콘텐츠를 합리적인 가격에 내려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시작될 것이다. 신문 역시 콘텐츠를 무료로 온라인에 뿌리는 것과 함께 좀 더 보기 편한 방식, 이를 테면 전자 종이를 통한 실시간 업데이트 등 유료 서비스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는 경쟁하지 않았던 업계가 서로 격렬하게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디지털화와 쌍방향 서비스를 서두르고 있는 케이블방송사들의 도전에 맞서야 하고 케이블방송사들은 초고속 인터넷에 기반한 IPTV 시장을 주도하게 될 통신업체들과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동통신사들 역시 무선 IPTV 서비스에 욕심을 내는 한편, VOIP(인터넷 전화) 서비스에 시장의 상당부분을 내줄 각오를 해야 한다.

포털의 독과점은 한동안 지속되겠지만 계속해서 도전을 받게 될 전망이다. NHN이나 다음 등 대형 포털 사이트들은 사용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고 사용자들의 불만도 확산되는 추세다. 블로그를 중심으로 개인 사용자들의 전문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도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바야흐로 누구나 미디어에 참여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일부 주류 언론이 여론을 흔드는 일도 쉽지 않게 될 것이다.

광고 시장 역시 거침없는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이제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시대가 곧 온다. 권력이 생산자에서 소비자에게 넘어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콘텐츠와 광고가 분리되고 철저하게 시청률 또는 페이지뷰에 따라 과금되거나 쌍방향 또는 타깃 광고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장기적으로 지상파 방송의 광고 시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미디어 관련 규제 역시 낡은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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