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가 29일 확정 발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안과 검역 검사 대책, 국내 축산물 안전관리대책 등은 그동안 알려진 내용과 거의 차이가 없다. 지난달 22일 발표한 입법 예고와 비교하면 이번 최종 고시안에는 부칙 5조와 6조가 추가됐을 뿐이다.
구체적으로는 특정위험물질(SRM)이 제거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고 건강 및 안전상 위험으로부터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중단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한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이다. 또한 정부는 6월 하순부터 모든 일반음식점과 학교군부대 등 집단 단체급식소까지 원산지 표시 및 단속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수 검사가 아니라 3%만 검사하고 SRM이 발견될 경우에도 즉각 중단이 아니라 문제가 된 로트의 물량만 불합격 처리되고 그렇다고 해서 이 로트에 대해 수입 중단 조치를 하는 것도 아니고 5회에 걸쳐 검사를 강화하는 정도에 그치게 된다. 특정 로트에서 2회 이상 SRM이 발견돼야 이 로트에 대해 수입 중단이 된다. SRM은 30개월 미만 소의 편도와 소장 끝, 30개월 이상 소의 편도, 소장 끝, 뇌, 눈, 척수, 머리뼈, 척추(등뼈) 등으로 규정됐다.
문제는 30개월 이상인지 미만인지를 구별하는 기준이 미국에서도 분명치 않다는 것. 숱하게 제기된 문제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속시원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이를테면 편도와 소장 끝은 연령에 관계없이 모두 수입이 안 되지만 뇌와 눈, 척수, 머리뼈, 척추(등뼈) 등은 30개월 이상이 수입되더라도 정확히 구분할 방법이 없다.
국민들 불안을 조금이라도 잠재우려면 애초에 연령 구분이 안 된 SRM은 원천적으로 수입을 금지하고 금지된 SRM이 수입될 경우 즉각적인 전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해야하지만 정부는 해당 물량만 불합격처리하고 해당 로트만 검사를 강화하는 것일 뿐 수입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심지어 연령을 불문하고 금지된 편도와 소장 끝이 섞여서 들어오더라도 해당 로트만 문제 삼을 뿐 수입을 계속하겠다는 이야기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할 때까지는 전면적인 수입 중단을 할 수 없다는데 있다. 정부는 GATT와 WTO 규정 등을 근거로 건강 및 안전상 위험으로부터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에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일 뿐이다.
미국에서도 전수 검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고 광우병의 잠복기가 최소 10년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 광우병이 발발할 때까지 우리 국민들은 사실상 광우병의 발병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특히 미국에서도 먹지 않은 30개월 이상 SRM이 국내에 수입돼 유통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광우병 발병 위험에 훨씬 더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