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80조원의 초대형 은행이 탄생할 전망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산업은행의 투자은행 업무를 떼어내 대우증권과 합병하고 산업은행 지주회사를 만든 뒤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을 합병하고 이를 통합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두 배 규모,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보다 더 큰 규모다.


인수위가 무리수를 두는 것은 무엇보다도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따로따로 내다 파는 것보다 훨씬 높은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감세를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세원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 방안은 글로벌 투자은행을 키운다는 이명박 정부의 구상과도 맞아 떨어진다.

문제는 이 거대한 은행을 과연 누가 살 것이냐다. 1단계로 잡혀 있는 산업은행 지주회사의 지분 49%만 해도 20조원에 이른다. 지분을 분산 매각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지주회사의 경쟁력을 살리기 어렵고 투자 매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절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인수 주체는 재벌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우리금융 박병원 회장은 12일 기자들과 모인 자리에서 “외국 자본이든 재벌이든 자격에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며 “제 값만 받을 수 있으면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인수위는 금산분리 완화 등 금융기관의 대주주 자격 요건을 파격적으로 풀어줄 계획이다. 삼성증권이 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아 이 초대형 은행을 인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언론이 은근슬쩍 산업자본이나 연·기금의 은행소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인수위 관계자는 “금산분리를 완화하지 않을 경우 외국 자본만 수익을 얻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국 자본에 넘기지 않으려면 국내 산업자본, 더 정확히는 국내 재벌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오래 된 억지 주장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공적자금 회수와 글로벌 투자은행의 탄생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뿐 정작 산업은행 등의 민영화에 따른 금융 공공성의 훼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기간산업에 대한 투자나 중소기업 대출 등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고유의 역할이지만 민영화 이후에는 대폭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공기업 민영화라는 일회성 수입으로 감세정책을 보완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부분 찬성하는 입장이다. 민간은행과 경쟁하는 투자은행 부분은 민영화하되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영역을 보완할 국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은 남겨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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