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한 금호타이어가 노사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쪽에서 기본급 20%와 상여금 300% 삭감을 요구하고 있는데 노동조합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쪽은 또 자발적 명예퇴직과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때 이들을 정규직 대신 도급으로 전환해 정규직을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사쪽은 당초 1300여명의 인력 구조조정을 요구했다가 물러선 상태지만 노조는 자발적 명예퇴직이 곧 구조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물론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의 임금이 경쟁회사들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한국타이어 노조가 지난 3년 동안 한 차례도 파업을 벌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이 노동자들의 책임인가, 그리고 노동자들이 희생으로 이를 극복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과연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돌입한 것이 고액 연봉 때문일까. 일찌감치 연봉을 깎았다면 위기를 맞지 않았을까.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돌입한 결정적인 이유는 그룹 차원의 과도한 인수합병에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11월 6조4천억원에 대우건설을 인수했는데 금호타이어는 5천억원을 투자해 대우건설 지분 5.6%를 확보했다. 금호타이어는 그 뒤 자금 압박에 시달렸고 지급 기한이 1년 미만인 단기 차입을 끌어다 쓰면서 위기를 가중시켰다. 그러다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맞으면서 급격히 무너졌다.

금호타이어의 부채비율이 2008년 242%에서 지난해 3분기 462%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물론 장기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큰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미국 조지아주에 1억6천만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을 추진하다가 중단한 것도 손실을 키웠다. 금호타이어는 대우건설을 내다팔아 3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매각이 실패하면서 워크아웃에 돌입하게 됐다.

사쪽에서는 노조가 임금 감축을 받아들이지 않아 채권단 지원이 늦춰지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박삼구 명예회장 등 대주주의 사재 출연 약속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박 회장 등은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의결권과 처분권을 위임하는 대신 경영을 계속 맡기로 채권단과 합의했다. 박 회장 등의 퇴진을 요구해 왔던 노조는 “경영권을 보장 받기 위한 비열한 야합”이라며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무리한 인수합병과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계열사끼리 무분별한 지급 보증 등 경영 실패가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면서 “부실 경영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인원 구조조정이 철회된다면 구성원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한 대안을 고민하겠지만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한다면 끝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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