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해 9월 코레일(철도공사) 노동조합의 파업 때 대체인력을 투입한 행위는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중노위는 이번 재심 결정문에서 “단체협약 위반 문제는 별도로 논의하더라도 대체인력을 투입한 행위는 국민불편 해소 등 공익적 목적이 강하다”면서 “이는 노조의 쟁의행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중노위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11월 충남 지방노동위원회가 “대체인력 투입은 단체협약 위반이며 부당 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한 것을 뒤엎는 것으로 향후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대체인력 투입은 노조의 파업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중노위의 논리에 따르면 공익적 목적을 이유로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정당화되는데 코레일 같은 공익사업장의 경우 노조가 사쪽을 압박할 수단이 사라져 파업권이 무의미하게 된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번 결정과 관련 “코레일은 필수 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노조법 제43조 3항에 따라 파업 참가자의 50%까지 대체인력 투입이 가능하다”면서 “단체협약을 위반한 측면이 있으나 관련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철도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파업은 정당한 절차와 필수유지 업무제도를 지킨 합법적인 쟁의행위였다”면서 “결정문을 받아보고 행정법원 제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레일은 아예 대대적으로 대체인력을 확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허준영 사장을 비롯해 임원들과 사무직 직원들이 최근 대거 기관사 자격시험을 치른 것도 내부적으로 대체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코레일 언론홍보팀 관계자는 “합격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허 사장을 비롯해 2급 이상 530명 가운데 70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이달 1일부터 시작됐다”면서 “홍보팀에도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몇 명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매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열차운전과 관련된 실무교육을 받고 있다. 코레일이 평일에 투입하는 기관사는 5천명 수준인데 내년 말까지 2200명 이상의 대체 기관사를 양성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국토해양부는 최근 철도안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여기에는 기관사 면허 취득 요건을 대폭 낮추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일반인도 기관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박흥수 철도노조 연구위원은 “철도가 파업을 하면 그에 따른 불편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파업 등 단체행동권은 헌법에서도 보장한 노동자의 기본 권리이며 사용자에게 노동자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다. 박 연구위원은 “이번 개정안의 의도는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해 대체 기관사를 쉽게 양성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3천명의 대체인력을 양성하면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열차를 정상운행 시킬 수 있다고 여기는데 이는 명백한 오산”이라면서 “최소한의 이론 교육만 받고 면허를 취득한 사람들에게 열차 운전을 맡기겠다는 발상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위원은 지난해 철도 파업 때 발생한 사고는 사쪽에서 무리하게 대체인력을 투입해 발생한 사고라고 지적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철도파업이 끝난 뒤 대통령이 파업대책을 지시하자 대체 기관사를 대량 양성하는 기상천외한 해법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허 사장 등 임원들까지 나서서 기관사 시험을 치른다고 하는데 이들이 과연 400시간에 이르는 교육을 제대로 받을 것인지도 의문이고 이렇게 졸속으로 남발된 기관사 면허가 자칫 끔찍한 참사를 낳을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