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5일 조선일보 창립 90주년 행사에 참석해 지탄을 받고 있다. 그동안 진보진영이 조선일보에 당했던 것 생각해 보라, 조선일보는 언론이 아니라 사회악이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이 조선일보의 생일잔치에 가서 전두환, 김영삼 등과 함께 와인 잔을 들고 건배를 할 수 있느냐 등등 비난이 쏟아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노 대표는 7일 자신의 블로그에 해명을 내놓았다.


참고 : 감사와 함께 사과드립니다. (노회찬의 공감로그)

노 대표는 이 글에서 최근 자신의 후원행사에 참석했다가 논란를 빚었던 마은혁 판사의 사례를 들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사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조선일보의 논조가 옳은 것이냐”고 반문하고 “마 판사 사건의 보도태도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라도 참석하겠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 대표는 또 “조선일보와 생각이 다른 분들도 참석했고 조선일보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노 대표는 “정당과 언론의 관계는 특수한 측면이 있는지라 서로 싸우고, 규탄하고, 비판하면서도 끊임없이 만나서 설득하고 토론하고 항의하는 일이 다반사”라면서 “그래서 특정 계기가 되면 언론사를 순회방문하고 기자들과도 끊임없이 간담회를 갖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정당의 대표가 언론사의 창간 기념일에 참석하는 것은 언론의 논조나 정치적 입장을 넘어서서 이뤄지는 의례적인 일”이라는 이야기다.

노회찬 대표는 진보정당의 정치인이면서 드물게 대중적인 인기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현실 정치를 이야기하고 대중 정치인으로 거듭나려고 하는 순간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조선일보 창립 기념식을 둘러싼 이번 소동도 마찬가지다. 그의 지지자들은 그가 현실과 타협하기 보다는 좀 더 명확하게 색깔을 드러내고 맞서 싸우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는 “정치는 원래 이런 것”이란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다른 정치인들을 흉내내고 있다.

진보신당에 필요한 것은 대중성이 아니라 좀 더 명확한 지향과 날카로운 비판과 치열한 투쟁이다. 진보신당이 추구해 왔던 가치들을 희석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내고 다듬어야 한다. 그게 장기적으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적당히 오른쪽에 한발 걸치려고 하기보다는 좀 더 확실하게 왼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지만 노 대표의 행보가 실망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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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Comment

  1. 딱히 조선일보 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요.(아직 입장을 못 정해서…)

    ‘진보신당이 기성 정치의 프레임 안에 들어가 대중 정당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려는 순간 한계를 맞을 거라고 봅니다.’라고 쓰셨는데요,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제도권 정당인 이상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색깔이 불분명한 건 저도 불만인데(유럽식 사민주의 정당이든 사회주의 정당이든 한 쪽으로 분명하게 커밍아웃했으면), 원래 추구하던 가치를 잃지 않는 한은 지지층을 늘리기 위해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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