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폭락을 거듭하면서 국내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일단 신문과 방송을 통해 연일 이미지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언론 노출을 꺼렸던 박현주 회장의 인터뷰도 부쩍 늘어났다. 한편으로는 막강한 자금 동원력을 활용, 시장에 부정적인 여론을 차단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소문의 실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자사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지 못하도록 증권사들에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 매매 수수료가 주요 매출인 증권사로서는 미래에셋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미래에셋의 눈 밖에 날까 두려워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증권사에 메일을 보내 “미래에셋의 자산 매매동향을 보고서에 언급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주가가 오를 때는 아무 말 없더니 이제와서 지나치게 민감하게 구는 것 아니냐”는 불평이 쏟아졌다. 한때는 미래에셋이 샀다는 것만으로도 주가가 뛰어올랐고 미래에셋도 이런 상황을 즐겼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최근 주식시장 분위기로는 미래에셋이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 해당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대량 환매사태, 이른바 펀드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벌써부터 미래에셋의 일부 펀드는 자금 순유출을 기록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중국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되는 것이다. 미래에셋의 대표 펀드로 부상한 인사이트 펀드가 운용 자산의 절반 가까이를 중국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증권사들이 미래에셋의 눈치를 보느라 중국 관련주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자진 폐기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미래에셋 인사이트혼합형자1의 경우 지난해 10월 설정 이후 수익률이 -19.3%에 이른다. 이 펀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운용자산 가운데 주식 비중이 91%에 이른다. 그만큼 주가 등락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주가가 오를 때는 가장 크게 오르지만 떨어질 때는 가장 많이 떨어지는 구조다.

펀드닥터에 따르면 한때 가장 실적 좋은 자산운용사였던 미래에셋은 지난 3개월 수익률이 -12.6%로 전체 34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25위로 추락했다. 최근 미국 최대의 금융그룹 씨티그룹이 펀드런으로 환매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래에셋 역시 불안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이 최근 부쩍 언론 지면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조선일보는 19일 “중국을 장기적인 시각에서 봐야 한다”며 “올림픽을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은 중국을 너무 작게 보는 것”이라는 박 회장의 말을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2일 박 회장의 V자형 눈썹을 언급하면서 “옥쇄를 당하더라도 목숨 살려달라며 항복은 하지 않을 관상”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매일경제는 15일 “미래에셋은 연초 이래 하락장에서도 꾸준히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는 구재상 미래에셋운용 사장 인터뷰를 싣기도 했다. 구 사장은 “성장성을 감안한다면 중국의 주가수익비율은 저평가 돼 있다”며 “중국의 높은 GDP 성장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의 부정적인 전망과 상반되는 주장이다.

구 사장은 1일 한국경제 인터뷰에서도 “미래에셋이 보유한 종목들의 주가 급락으로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우리는 끄떡 없다”고 주장했다.

Similar Posts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