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가 5일 공개한 한미 쇠고기 협상 합의문은 그동안 세간의 의혹이 근거없는 것이 아님을 다시 일깨워준다.
합의문 내용 가운데 주목할 부분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합의문 5조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발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 수입을 중단하려면 국제수역사무국(OIE)가 광우병 위험 등급을 지금보다 더 낮출 때면 가능하다. OIE가 괜찮다고 하면 우리나라는 수입을 중단할 명분이 없다. 검역 주권을 넘겨줬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는 전수 조사가 아니라 샘플 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23조와 24조에 따르면 수입 쇠고기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이 발견되더라도 문제가 된 작업장의 검사를 강화할 수 있을 뿐 즉각적인 수입 중단은 안 된다. 만약 같은 작업장에서 2차례 이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 작업장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할 수 있지만 다른 작업장 쇠고기는 여전히 수입된다. 일단 중단을 시키더라도 미국 정부가 개선 조치를 하고 나면 다시 수입이 재개된다. 합의문에는 개선 조치와 관련,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입증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 규정이 모호하다.
부칙 4조는 더 어처구니가 없다. 티본스테이크와 포터하우스스테이크의 경우 시행 180일까지는 30개월 미만이라는 확인을 받고 표시를 해야 하지만 180일 이후에는 이 표시가 교역과 검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측면에서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티본스테이크의 경우 뼈가 붙어 있는 부위라 30개월 이상이라면 광우병에 노출돼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다른 부위도 마찬가지다. 22조에 따르면 수출 위생증명서와 제품 증명서에는 품명과 수량, 최종 가공 작업장, 도축장 등이 표시되지만 정작 논란이 되는 연령은 표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30개월 이상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미국이 미국에서 처분하지 못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우리나라에 갖다 팔더라도 이를 막을 명분도 또 이를 구분하고 걸러낼 제도적 시스템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검역 단계에서 걸러낼 수도 있겠지만 전수 조사가 아니라 샘플 조사인데다 특정 사업장에 수입 중단 조치를 할 수 있을 뿐 미국과 교역조건을 바꿀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