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별명은 ‘올드보이’다. 재정경제원 차관 시절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터져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잃어버린 10년’을 견뎌내고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이른바 MB노믹스의 핵심 실세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벌써 빛바랜 추억이 돼 버렸지만 7% 성장과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선진국 진입이라는 이른바 ‘747 공약’도 그의 작품이다. 그런 그가 이번 개각에서 살아남을 전망이다.
짚고 넘어갈 부분은 747 공약을 설계한 그가 747 공약을 폐기하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사실이다. 강 장관은 취임 초기부터 “정부가 환율 정책을 주도하는 것은 당연하다”거나 “성장을 위해서는 환율 상승을 어느 정도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등의 발언으로 환율 급등을 불러왔다. 환율 급등은 당장 수출 대기업들 매출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지만 원자재 값 상승을 불러오고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고스란히 국민들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강 장관은 환율이 단기급등하고 부작용이 속출하자 뒤늦게 부랴부랴 환율안정에 나섰다. 경기부양을 목표로 대규모 감세와 재정지출 정책을 동시에 발표해 가뜩이나 치솟고 있는 물가를 더욱 부채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대책이 52개 생활필수품 물가 집중관리라는 그야말로 ‘5공 때’나 썼을 법한 정책이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이들 생필품 물가는 집중관리 이후 더욱 치솟아 강 장관에게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안겨줬다.
강 장관은 6월 들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정책기조를 성장에서 안정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11일에는 세금 환급 등 10조원에 이르는 경기부양 정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23일에는 배국환 기획재정부 차관을 통해 “올해 성장률 목표를 4% 후반으로 낮췄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돌아온 올드보이의 지난 석 달은 이처럼 좌충우돌과 참담한 실패의 연속이었다.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중상주의적 성장론자’라는 이미지가 각인된 강 장관이 아무리 경제운용 기조를 성장에서 안정으로 전환한다고 약속한들 시장은 이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책 추진의 안정성을 빌미로 강만수 장관을 교체하지 않는다면 결국 자기 사람 감싸기에 급급해 국가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최근의 경제위기가 1997년 외환위기보다는 1970년대 석유파동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외부의 공급 충격이 발생했을 때 이를 내부의 수요확대 정책으로 극복하는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외부의 충격을 국내 이해관계자들이 공평하게 분담하는 협력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는데 강 장관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통해 그 혜택을 수출 대기업에 집중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강 장관의 유임과 관련, “이 대통령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대통령은 강 장관이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처럼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충복을 가까이 남겨두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위원은 “이는 곧 이 대통령이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과 수출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에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올드보이 강만수와 MB노믹스의 만남은 최악이다. 이 사실을 우리의 2MB가 깨닫게 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