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보호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현실적인 타협이 아니라 최소한의 기본 원칙을 만들고 이를 지켜낼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요. 마음이 무겁습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고 만든 법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한다. 차별을 제도화하고 임금 격차를 확대시킨다. 지난해 7월 도입되고 오는 7월 확대 시행될 비정규직 보호법이 비정규직 확산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비정규직법의 핵심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고용 기간이 2년을 넘으면 정규직 고용계약으로 간주하고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한다. 언뜻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는 제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2년 안에는 아무런 제한 없이 해고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1년11개월 동안 고용하고 해고하거나 한 달 뒤 다시 고용하는 편법도 나타났다. 계약기간을 아예 1년 미만으로 잡거나 심지어 0개월인 경우도 있다.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이 허용된다는 이유로 연봉제와 성과급제, 직무급제 등을 활용해 차별을 제도화하는 기업들도 늘어났다. 분리직군제를 도입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 단계인 중규직이라는 새로운 고용형태도 생겨났다. 무엇보다도 이 법은 비정규직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비정규직 고용의 사유 제한이 없어 비정규직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비정규직의 확산을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문제 많은 법은 그동안 30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됐는데 다음 달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다. 기간제 사용제한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고 이번에 확대 적용되는 부분은 비정규직의 차별을 금지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주요 언론이 제안하고 있는 대안은 천차만별이다.

매일경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사회보험료와 법인세를 일부 감면하는 등 조치와 한시적으로 임금 일부를 보조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비정규직법 확대 적용과 관련해서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추가 인건비가 발생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비정규직 직원들까지 챙겨주겠느냐”는 한 중소기업 대표의 말을 인용했다.

이 신문은 “중소기업은 고용의 유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면 성수기 필요인원 등 계절에 따른 유연성이 떨어진다”면서 “일용직 근로자들은 더 나은 보직으로 옮기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 일을 하고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받고 싶어한다”는 기상천외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신문은 또 “인건비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대거 용역이나 파견 등 간접 고용으로 눈을 돌릴 경우 비정규직의 목줄을 죌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간접고용처럼 법적 규제를 회피하거나 악용될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하지 않으면 차별금지 조항은 있으나마나”라는 좀 더 원론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 신문은 김성희 한국비정규직센터 소장의 말을 인용, “정상적인 고용 형태는 정규직이며 비정규직은 대단히 예외적인 형태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하고 그 위에서 차별시정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의 말을 인용,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규제를 강화하고 직종별 초임을 정해 호출시간제 근로의 임금 수준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로 정리했다.

경향신문이 원론적이라면 한겨레는 좀 더 현실적인 접근을 모색하고 있다. “비정규직 사유제한 등의 요구는 지금보다 규제를 더 강화하자는 셈인데 정작 기업들은 이를 회피하는데만 몰두하게 될 것”이라는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의 주장을 비중있게 인용하고 있다. 정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키우는 연공서열 임금 체계를 개편하는 등 실질적인 유인책을 제시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무조건 정규직화만 외치는 것은 너무 허황된 이야기로 들린다”는 이덕순 서울지역 여성노조 청소용역지부 지부장의 말도 이 신문의 논조를 뒷받침한다. 이목희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면 대기업 비정규직들만 혜택을 보게 되고 영세업체들의 경우 베트남으로 옮기든지 아니면 스페인처럼 불법 탈법을 고용하든지 선택이 두 가지 뿐”이라고 지적했다. “‘칠팔십만원만 받더라도 제발 일만 하게 해다오’라는 절박한 노동자들도 많다”는 이야기다. 은수미 한국노동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든 간접고용을 건드릴 게 아니라 가장 문제가 되는 사내하도급 노동자들부터 차별시정 대상에 넣자”고 제안했다.

경제지들이나 진보성향의 신문들이나 모두 이 법을 반대하고 있지만 당연히 그 관점은 전혀 다르다. 경제지들은 애초에 실효성이 없고 편법을 부추기는 규제라면 없애는 게 낫다는 입장이고 진보성향의 신문들은 비정규직을 보호할 좀 더 적극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나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기업이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이유로 좀 더 적극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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