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출시된 주택청약종합저축이 12일 가입자 수 300만명을 돌파했다. 이른바 만능 청약통장으로 불리는 이 금융상품은 무주택 세대주만 가입할 수 있었던 청약저축과 달리 나이나 주택소유 여부와 무관하게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공공주택과 민영주택에 모두 청약할 수 있다. 청약저축과 청약예금, 청약부금을 합쳤다고 이해하면 된다.
조선일보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 열풍을 두고 “마치 집단 최면에라도 걸린 것 같다”면서 “최단시간 내 최대가입 금융상품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를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다른 언론들도 앞다퉈 투자 가이드를 내놓고 있고 돈줄이 말라 애를 먹었던 은행들은 몰려드는 예금에 신바람을 내고 있다.
가입자들은 매달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자유롭게 적립하거나 한꺼번에 목돈을 넣을 수 있지만 납입금 총액이 150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청약 1순위 자격을 얻으려면 기존 청약통장처럼 가입 후 2년이 지나야 한다. 미성년자는 한 달에 2만 원씩 넣으면 20세가 되자마자 1순위 청약 자격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다.
수익률도 좋다. 2년 이상 가입하면 연 4.5%의 이자를 준다. 요즘 정기예금 금리가 3%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굳이 청약할 목적이 아니라도 재테크 차원에서도 매력적이다. 1인 1통장 개설이 원칙이기 때문에 기존에 청약저축이나 청약예금, 청약부금을 가입한 사람이라면 이를 해지하고 가입해야 한다.
과거 청약저축이 무주택자 세대주가 대상이었던 반면 이 만능청약통장은 모든 국민들이 대상이기 때문에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 소득공제 혜택을 두고도 논란이 된다.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가입자 유치에 목을 맨 은행들은 과열경쟁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일단 상식적으로 과거 청약저축에는 소득공제가 됐는데 만능청약통장에서는 안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러나 동시에 과거에는 소득공제가 안 됐던 청약예금이나 청약부금에서 옮겨온 사람들까지 소득공제를 해주는 것은 소득공제 규모를 넓히는 일이라 그만큼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국토해양부는 모든 가입자들이 대상이라는 입장이었는데 논란이 확산되자 적어도 무주택자들에게는 소득공제를 해줘야 한다는 정도로 물러섰다. 기획재정부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연말 세제 개편 때나 확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 창구에서는 소득공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 보도에서는 특히 국민일보와 서울경제, 조선일보의 기사가 눈에 띈다. 국민일보는 소득공제와 관련, 정책 혼선을 하루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경제는 비교적 기획재정부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가입자가 몰리면서 당첨률이 낮아지게 됐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국민일보는 “민영주택 분양신청도 가능하다는 점, 유주택자도 가입할 수 있다는 점, 고액예치가 가능하다는 점 등을 감안해 세부적인 상황에 맞게 소득공제 혜택의 내용과 범위를 조율하면 될 것을 가지고 정부가 결정을 미루고 시간을 끄는 것은 정말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책 혼선을 정리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경제는 “소득공제 혜택이 없어도 가입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무주택 세대주의 경우 납입액 가운데 일부를 소득공제하는 방안이 한때 거론됐으나 월 50만원까지 납입이 가능한 만능청약통장을 모두 소득공제 대상으로 할 경우 세수가 너무 많이 줄어든다는 것도 기획재정부의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거의 대부분의 신문들이 납세자의 입장을 반영해 소득공제는 좋은 것이라는 단순 논리를 펴고 있는데 서울경제의 문제제기는 시의적절하다. 무주택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건 좋지만 그게 꼭 소득공제의 형태가 돼야 하는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칫 정부가 세수를 헐어 재테크를 지원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조선일보는 “청약만능통장 무능통장 될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년 후에 1순위 자격을 얻은 청약 수요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그만큼 내집마련 청약경쟁이 치열해지고 당첨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면서 “그때 주택 신규 공급 물량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만능통장은 무능통장이 될 수 있다”는 기상천외한 논리를 폈다.
청약 수요자가 많으니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조선일보의 궤변은 위험천만하기도 하다. 가입자들이 몰려든 것은 무주택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가입자격을 줬고 거기에 소득공제 혜택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청약경쟁이 치열해진다거나 무능통장이 될 거라는 전망은 비약일 뿐더러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은 것이다.
애초에 문제는 청약저축과 청약예금, 청약부금이 만능청약통장으로 일원화되는 건 좋은데 그 과정에서 유주택 가구원들까지 포함시키고 당초 무주택자 지원의 취지에서 벗어났다는데 있다. 이를 밀어붙이고 있는 쪽이 국토해양부라는 사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주택 보급률 100%가 넘어선지 오랜데 청약통장이 과열양상을 보이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할까.
해답은 간단명료하다. 소득공제는 꼭 필요한 대상에 제한적인 범위로 한정돼야 하고 청약통장은 무주택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도록 설계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절실한 것은 주택 공급이 아니라 주거 불안정과 소유의 양극화, 그리고 부동산 시장의 투기화를 해결하는 일이다. 만능청약통장을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