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냐, 재정지출이냐…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흥미로운 표와 그래프를 소개한다. 자료는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제공. (건너 뛰고 싶으면 맨 아래 그래프와 결론만 봐도 된다.)
이 표는 나라마다 소득재분배 효과를 비교한 결과다. 왼쪽의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말 그대로 세금을 내기 전에 벌어들인 실제 소득의 불평등 정도. 오른쪽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세금을 내고 난 뒤의 불평등 정도. 그리고 변화율은 그 둘의 차이다. 다시 말해 소득불평등 완화 정도를 말한다. 이를 그래프로 만들면 다음과 같다.
이 그래프는 우리나라는 조세제도가 소득 불평등을 거의 완화시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번 이명박 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은 오히려 이런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다음 표를 보자.
이 표의 단위는 만원이다. 홍 연구위원이 이번 감세정책의 결과를 세무회계사무소에 의뢰해 시뮬레이션한 결과인데 10명 가운데 2명은 이번 감세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들은 소득이 너무 적어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이다. 10명 가운데 나머지 7명은 소득 수준에 따라 연간 2만5천원 깎이는 사람부터 최대 90만7천원 깎이는 사람까지 있다. 당연히 소득이 많을수록 더 많이 깎이는데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암튼 이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또 하나 재미있는 그래프가 바로 아래에 있다. 소득 10분위의 소비성향을 비교한 그래프인데 가처분 소득 대비 소비지출액을 근로자 가구와 전체 가구로 나눠서 나타냈다.
주목할 부분은 하위 1분위와 2분위다. 이들은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쓴다. 그래서 만약 이들에게 추가 소득이 생기면 이들은 무조건 이를 쓴다. 그런데 나머지 8분위의 경우 ‘추가소득=소비’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고소득 계층으로 갈수록 더욱 그렇다. 상위 10분위의 경우 소득의 61%만 쓴다. 부자들에게 세금 몇 푼 깎아줘 봐야 내수 소비를 늘리고 경제를 살리는데 직접적인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홍 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이 19.9조원을 들여 9조원에서 많아봐야 10조원 정도 소비 또는 투자를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홍 연구위원은 그래서 감세 보다는 재정지출을 늘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세할 돈으로 대학생 등록금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5분위 이하에만 소득 보전을 해주고 8분위 이하에만 사회보험료를 대신 내주고 영유아 보육 지원을 해주자는 이야기다. 이 경우 홍 연구위원의 추산에 따르면 소비가 17.8조원 늘어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그래프는 재정지출 20조원을 쏟아 부었을 때 소득 10분위의 혜택을 비교한 결과다. (20조원은 소득세와 법인세, 양도소득세 인하 결과 예상되는 19.9조원과 거의 비슷하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상속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추가 감세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조세연구원 성명재·박기백 선임연구위원의 보고서를 재인용한 것인데 이 경우 저소득 계층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 결론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소득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인데 감세는 오히려 이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감세보다는 재정지출이 필요할 때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하 여러 영혼없는 관료들, 당신들만 모른다.
덜 거둘 것이냐, 거둬서 제대로 쓸 것이냐…
다시 한 번 이해를 돕기 위해 소득세 인하와 재정지출의 효과를 나타낸 두 그래프를 나란히 배치해 봤다. 왼쪽 그래프는 소득세 감세 5.8조원의 효과를 나타낸 것. 오른쪽은 직접적인 비교를 위해 5조원의 재정지출 효과를 나타낸 것. 결론은 다음과 같다. 감세는 고소득층에만 혜택이 돌아가는데 그 효과도 크지 않다. 당장 현금이 절실한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주고 내수소비를 늘리려면 감세 보다는 재정지출이 더 효과적이다.
정부관료들 머리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위의 사실은 사실상 다 알고 있을겁니다. 문제는 그들이 알고 있지만 정권의 철학에
따라 맹목적으로 움직이는거라 생각합니다. 영혼이 없는거죠. 그들도 인정하듯이. 물론 개인적 소신으로 감세를 줄기차게 주창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그에 동의하지 않는 관료들은 숨소리내기조차 힘겨워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상은 저혼자 지레짐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