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의 가능성과 부작용… 집단지성은 늘 옳은가.
아직까지 트위터를 모른다면 당신은 인터넷 문화의 진화 속도에 한참 뒤쳐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트위터(www.twitter.com)는 마이크로 블로깅 서비스다. 영문 기준으로 140자를 입력할 수 있는데 이를 친구로 설정된 다른 회원들에게 곧바로 전달할 수 있다. 전자우편은 물론이고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나 인스턴트 메신저로도 포스팅을 입력하거나 친구들의 포스팅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른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로도 분류된다.
트위터는 우리말로 하면 “짹짹”, 새가 재잘거리는 소리를 의미한다. 트위터는 우리나라의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좀 더 간소화한 형태라고 이해하면 쉽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처럼 짧고 간단한, 툭 던지는 한 마디가 대부분이고 인터넷 뿐만 아니라 온갖 플랫폼을 넘나든다는 것이 특징이다. 인터넷 댓글 문화의 진화된 형태라고 볼 수도 있고 1촌이 충분히 늘어나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한꺼번에 채팅을 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3월 말 기준으로 트위터의 가입자는 16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날마다 2천만개 이상의 메시지가 올라온다. 3월에만 순방문자가 100% 이상 급증했다는 통계도 나온 바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도 트위터를 쓰고 있다. TV 프로그램에서도 쌍방향 의사소통에 트위터를 활용하고 있고 최근에는 기업들도 잇따라 트위터에 계정을 만들고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최근 트위터의 최대 인기 검색어는 단연 돼지 인플루엔자로 알려진 인플루엔자 A다. 닐슨 온라인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트위터에 올라온 포스팅의 2%가 돼지 인플루엔자에 대한 글이었다. 문제는 이처럼 트위터에 떠도는 이야기들이 사실과 다른 근거 없는 추측이 대부분이라는데 있다. 이를테면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거나 스페인 독감 때처럼 세계적인 대유행병이 될 거라거나 타미플루를 충분히 사둬야 한다거나 하는 내용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정치외교 전문 월간지 포린폴리시는 최근 인터넷판에서 “트위터가 지나친 공포 심리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포린폴리시는 “트위터에서는 너도나도 가장 유행하는 주제에 대해 글을 쓰게 되는데 그래야 더 많은 1촌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얻을 수 있는 일반적인 상식과 다른 확인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가 순식간에 확산되는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트위터에 쓸 수 있는 글이 140자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전체 맥락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는데 있다. 포린폴리시는 “독자들은 아무런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돼지 인플루엔자’라는 단어의 홍수를 보게 되는데 이처럼 사람들이 불쑥 내뱉는 말이 집단적인 공포로 이어지고 심각한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포린폴리시는 “트위터의 ‘집단지성’이 이번 돼지 인플루엔자 사태에 보인 반응은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덧붙였다.
포린폴리시는 트위터에 강력한 불신을 드러냈는데 이는 우리나라 보수성향 신문들이 촛불집회와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 보이는 반응과 언뜻 비슷한 측면도 있다. 애초에 인터넷 여론이 정확하지 않고 즉흥적이며 한쪽 방향으로 휩쓸리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포린폴리시는 “보건당국은 공포 심리에 휩싸인 수많은 네티즌들과 여론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이 같은 소셜 미디어 영역에서는 입지가 매우 좁다”고 지적했다.
포린폴리시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사이버 테러의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사람들의 공포 심리를 부추기고 네트워크 시스템을 공격하는 일도 가능하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2007년 에스토니아에서는 사이버 테러로 교통과 금융, 통신이 송두리째 마비되기도 했다. 포린폴리시는 “트위터가 어떻게 여론을 흔드는지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