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25일 오전 북한이 2차 핵 실험을 했다. 이날 석간 문화일보는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 관련 소식이 사이드 기사로 내려가고 북핵 소식이 머리기사로 올라왔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등 일부 보수 성향 신문 웹 사이트에서도 일찌감치 북핵 기사가 노무현 기사를 눌렀다.
연합뉴스도 북핵 기사를 머리기사로 배치하고 하단 노무현 특집 박스에는 “편 가르기는 고인의 뜻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는 이 기사에서 일부 정치인들의 조문을 거부하는 노사모 회원들과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서거’라는 표현을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던 보수 논객들을 같은 수준으로 놓고 비판했다.
연합뉴스는 이 기사에서 “여야를 초월해서 진심어린 조문을 하면 다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고인의 죽음을 바탕으로 화합과 평화의 정치로 발전해야지 다시 분열과 갈등으로 번지는 사태로 가서는 안 된다”는 익명의 네티즌들의 말을 인용했다. “자신과 뿌리가 다르면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사흘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장례 절차나 이명박 대통령의 조문 일시와 방법, 특히 서울 광장의 개방 여부 등은 첨예의 관심사다. 또한 검찰 수사는 일단락 됐지만 검찰의 수사가 표적 수사 또는 과잉 수사는 아니었는지, 언론의 편파 보도는 없었는지 등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일부 언론 보도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한 쟁점을 서둘러 덮으려는 인상을 준다. 강희락 경찰청장이 이날 “서울시가 서울광장의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 광장에 대한 보호 조치를 계속 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연합뉴스는 이 기사를 첫 화면에 내걸지 않았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마찬가지였다.
한겨레가 북핵 기사를 하단에 배치한 것과도 대조적이었다. 한겨레는 “퇴임 뒤 ‘기분 좋다’… ‘끝내, 주류에 타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머리기사로 내걸고 노 전 대통령과 검찰의 대립 관계, 청와대의 개입 의혹 등을 집중 조명했다. “노무현 반이명박 구심점 될까 싹 자르다 결국 목까지 겨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청와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청와대가 기록물 불법 유출 사건으로 항복 선언을 받아내고도 노 전 대통령이 반 이명박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을 경계해 검찰 수사를 너무 오래 동안 끌면서 괴롭혔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특히 “여야 정치권을 뒤흔드는 단초가 된 국세청의 박연차 세무조사가 청와대와 교감 없이 이뤄질 수 있었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