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개발사업 1차 턴키입찰에서 업체들이 담합해서 낙찰률을 끌어올렸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공공부문 입찰에서 통상적인 낙찰률은 정부 추정금액 대비 60~65% 수준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평균 93.37%를 기록했다. 낙동강 23공구의 경우 추정금액이 3178억원인데 낙찰금액이 2902억원으로 낙찰률이 99.32%를 기록했다. 담합이 아니고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높은 낙찰률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4대강 입찰담합을 철저히 수사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경실련은 담합을 조장하는 공동 도급제를 폐지하고 가격 경쟁입찰을 확대하는 한편 그동안 이를 방조해 왔던 관료들을 문책하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입찰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을 보도한 언론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 본부장은 4대강은 4대강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정치권력이 대규모 토건사업을 집권 수단으로 활용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며 이는 굳이 이명박 정부의 문제라기보다는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부터 계속된 문제라는 이야기다. 김 본부장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세종시 문제도 무분별한 개발공약의 연장선에서 이해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보도 태도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왜 비판을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때 진보 언론의 침묵이나 지금 조중동의 침묵이나 무엇이 다르냐는 이야기다. 정치논리에 매몰돼 상대편을 공격하는데 그칠 뿐 근본적인 비판과 대안제시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어떤 명분을 내걸든 결국 건설회사들 먹거리 챙겨주기라는 차원에서 노무현의 세종시나 이명박의 4대강이나 본질적으로는 다를 게 없다고 지적한다.
다음은 김 본부장의 도발적인 인터뷰 전문.
– 업체들 담합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담합이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인가. 문제는 4대강이 아니다. 턴키발주를 하게 되면 정부도 정확한 예산을 알지 못한다. 예산을 어떻게 편성했는지도 공개 안 돼 있다. 실시설계도 없었고 타당성 검사도 없었다. 당연히 사업비용과 공사비용 산출이 안 돼 있다. 이번 1차 입찰의 경우 낙찰률이 평균 90%가 넘는데 통상적인 낙찰률이 60~65%라고 보면 25~30% 이상 높게 낙찰됐다고 보면 되는데 실제로는 그 이상의 비용이 낭비됐을 수도 있다. 정부나 업체들이나 도대체 얼마가 적정가격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막대한 예산을 퍼준 상황이다.”
– 그런 내용이 언론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 언론사들이 최대 광고주인 건설회사들 눈치를 보는 것도 어디 어제 오늘 일인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조중동의 침묵 못지않게 경향과 한겨레의 이중적인 태도다. 냉정하게 따져보자. 이명박의 4대강이나 노무현의 세종시나 뭐가 다른가.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부추긴 게 누군가. 4대강 비판하는 신문들 노무현 때는 어땠나. 노무현에게 부동산 원가 공개 약속 지키라고 강력하게 이야기했었나. 공급확대만으로 부동산 가격 못 잡는다고 이야기했었나.”
– 세종시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라는 명분이라도 있지 않나. 급격한 환경 파괴가 우려되는 4대강과 동일선에 놓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수도권 인구가 2천만명이다.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려면 얼마나 이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세종시는 과연 국민적 합의 아래 진행된 사업인가. 대통령 독단으로 밀어붙인 대규모 토건사업이라는데서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4대강 반대하는 언론과 세종시 반대하는 언론이 극명하게 나뉜다. 4대강 반대하는 언론들, 공급확대로 부동산 잡는다는 노무현을 제대로 비판했었나. 공급확대하면서 강남에 세금만 때리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했었나. 다들 정치논리에 매몰돼 상대 진영을 물어뜯고 있을 뿐 제대로 된 비판과 대안을 내놓는 곳이 없다.”
– 노무현의 부동산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나.
“이명박 정부 들어 턴키 공사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판을 키운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아니었나. 노 전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건설회사들은 아파트를 해마다 20만개씩 무려 60조원어치나 팔았다. 5년 동안 300조원, 4대강 사업의 15배다. 민간자본이냐 정부자본이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건설회사들 먹거리를 만들어 준다는 맥락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파주 신도시가 40조원, 파주, 용인, 화성동탄, 검단 등 수도권 신도시가 모두 300조원, 기업도시와 세종시까지 더하면 1천조원이 넘는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파이가 크게 줄어들었다. 경기침체 여파겠지만 해마다 200조원 하던 게 150조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3년 잡으면 연 7조원 정도다. 150조원과 7조원, 어떤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보나.”
– 비교가 적절치 않지만 진보 성향의 언론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비판의 칼날이 무뎠던 것은 사실이다. 노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언론들이 상대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것도 사실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일단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 주택을 늘리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5년 동안 30만채의 아파트가 주변시세의 절반 가격에 쏟아져 나오게 된다. 장기전세나 공공주택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것만 해도 부동산 가격안정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생각해 봐라. 반값 아파트가 있는데 누가 새집이든 헌집이든 사려고 하겠나. 진보와 보수로 양분돼 있긴 하지만 건설회사들 눈치를 보는 건 모든 언론이 마찬가지다. 언론에는 큰 기대가 없다.”
– 공급확대가 아니라 개발이익 환수와 공공주택 확대가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치권력을 쥔 사람들이 의지가 없다면 과연 그런 변화가 가능하겠나. 좀 더 근본적인 대안은 없나.
“정치인들이 무분별한 개발공약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나는 이런 공약들이 돈 봉투를 돌리는 것보다 더 큰 범죄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10만원짜리 돈 봉투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해악도 훨씬 더 크다. 개발공약 금지법 같은 걸 고민할 수도 있다. 1천억원 이상의 사업을 개별 정치인이 공약으로 내걸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나 헌법재판소처럼 형식적이나마 정치권력에서 자유로운 국토위원회 같은 걸 신설하는 방법도 있다. 철저하게 공익적 관점에서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고 집행하자는 이야기다. 정치인들이 득표를 위해 지역 이기주의를 자극하고 부동산 가격을 부추기는 일을 원천 차단하자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