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동조합에 쓴 소리를 좀 해야겠다. 당신들은 경영 실패의 책임을 인력 구조조정으로 적당히 때우려고 드는 경영진들과 싸워야 하고 정리해고의 칼날을 피해 살아남은 어쩔 수 없는 배신자들과도 맞서야 한다. 언론의 왜곡·편파보도를 바로잡아야 하고 여론의 차가운 시선을 견뎌내야 한다. 결국 밥그릇 지키기 아니냐. 맞다. 그러나 밥그릇 지키기가 평가절하 돼야 할 이유는 없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세상에 어디에 있나.
당신들이 내세운 구호처럼 2009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리해고는 곧 살인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당신들의 싸움이 광범위한 대중적 지지를 얻고 정부를 압박해서 최선의 해법을 끌어내려면 ‘우리 잘리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구호만으로는 부족하다. 수많은 회사들이 문을 닫고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나앉고 있는데 왜 유독 쌍용차를 살려야 하는지, 왜 세금까지 쏟아 부으면서 당신들의 밥그릇을 지켜줘야 하는지를 국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쌍용차가 살아난다면 국민들에게는 뭐가 좋은가. 좋은 자동차 회사를 하나 더 갖게 된다는 것? 또는 사람을 자르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드는 것? 그것만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질뿐더러 확신을 주기도 어렵다. 뭘 믿고 당신들에게 투자를 한단 말인가. 당신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산적인 구조조정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풀리지 않는 숙제이기도 하다.
당신들은 공적자금 투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좀 더 나가서 당신들 회사의 지배구조 개편을 고민해야 했다. 살아난 쌍용차가 국민들의 소유가 될 것이며 쌍용차의 이윤이 사회에 환원될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또 그 구체적인 밑그림을 내놓아야 했다. 단순히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생산성 향상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 것이며 그게 왜 2009년 대한민국 사회에 절실한 과제인지를 설명해야 했다.
의욕만 있다면 당신들이 직접 회사를 인수할 수도 있다. 10년 동안 받을 임금과 퇴직금까지 담보로 잡고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끌어들여 상하이차의 지분을 넘겨받은 다음 전문 경영인을 선임해 새로 시작하면 된다. 지방자치단체에도 지분을 배분할 수 있고 국민연금 기금을 주주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정부의 공적자금을 추가로 요청할 수도 있다. 노동자들과 지역사회, 정부가 주인이 되는 기업으로 만들라는 이야기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국민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당신들의 밥그릇이 우리 모두의 밥그릇과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밥그릇 지키기를 넘어 기업의 이윤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바람직한 지배구조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성장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등 생산적인 논의를 촉발시키고 그 대안으로 공적자금 투입을 제안했어야 했다.
(종업원 지주제에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노동자들은 굳이 주주가 되지 않더라도 경영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쌍용차처럼 위기 상황에서는 공적자금이 보증을 서는 차입형 종업원 지주제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사원주주제라는 해결책도 괜찮아 보이는군요.
쌍용자동차 직원이 4500명이라니 청산가치 9386억원 중에서 상하이차의 지분 50% 정도면 4700억원 정도 되고, 이것을 단순 평균 내면 1인 당 대략 1억원 정도를 투자받으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정부나 산업은행,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직원들의 부담 비중도 줄어들겠죠.
다만, 대다수 국민들은 쌍용차 사태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습니다만, 너무 많은 정치적인 이슈에 치여서 자기 밥그릇과 상관없는 일에는 관심을 보여주지 않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