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일주일 동안 수백통의 전화를 돌려가면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신뢰도와 영향력 1위로 집계된 한겨레와 KBS에서 인용 보도를 했던데요. 이사회의 정치적 독립, 사실 해법은 명확한데 제도화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 참고로 그래프의 퍼센티지는 응답자의 비율로 전체 조사대상 대비 비율인 본문의 수치와 다를 수 있습니다.)

언론학자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이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원 147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참여정부와 비교할 때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17.0%인 25명이 “다소 위축되는 측면이 있다”고 답변했고 69.4%인 102명은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답한 언론학자의 85.4%가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고 답변한 반면 “큰 차이 없다”는 답변은 10.2%, “오히려 개선됐다”는 답변은 2.7%에 지나지 않았다. 종합편성채널 허용에 대해서도 “메이저 신문사들의 방송 진출로 여론 독과점이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는 답변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고(73.5%) 민영 미디어렙 허용에 대해서는 매체 간 균형발전을 위해 제한적 경쟁체제가 바람직하다는 답변이 지배적이었다(83.7%)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낙하산 인사와 종편 허용 등을 앞세운 정치권력의 직접적인 압력”이라는 답변이 61.9%로 가장 많았다. “대기업 광고주를 비롯한 자본권력 눈치보기”라는 답변은 24.5%, 이밖에 “획일화된 출입처 중심의 취재관행”과 “네티즌 구속과 집회·시위 금지 등 표현의 자유 위축”이라는 답변이 각각 6.1%와 4.8%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신뢰하는 언론사를 묻는 질문에는 한겨레가 61명으로 1위, 경향신문이 19명으로 2위, KBS, MBC가 각각 18명으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영향력 있는 언론사로는 KBS가 61명으로 1위, 조선일보가 35명으로 2위, MBC가 21명으로 3위를 차지해 순위가 역전됐다.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는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58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김인규 KBS 사장(14명), 공동 3위는 엄기영 MBC 사장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9명)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원 662명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발송해 지난달 30일부터 5일 정오까지 1주일에 걸쳐 수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방송 공정성, 이사회 정치적 독립이 최우선 과제.”
미디어오늘·한국언론정보학회 설문조사, “미디어렙은 제한적 경쟁체제가 바람직.”

언론학자들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사회의 정치적 독립이 시급하다고 답변했다. 미디어오늘이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원 6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47명 가운데 81.6%인 120명이 “이사회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최우선 선결과제로 꼽았다. “수신료 인상을 포함한 재정 자립”이라는 답변은 8.8%인 13명에 그쳤고 “시청자 기구 확대”나 “경영진의 임기 보장”도 각각 6.1%와 1.4%에 그쳤다.

이사회의 정치적 독립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데는 이명박 정부 들어 KBS와 YTN 등 주요 방송사에 낙하산·코드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명박 정부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을 강제 해직시키고 낙하산과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병순 전 사장을 앉힌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언론특보를 맡았던 김인규 사장을 내려 보내면서 KBS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YTN도 이 대통령의 방송특보 출신의 김인규 전 사장이 낙하산 논란 끝에 물러났지만 후임인 배석규 사장 역시 노동조합 간부들을 중징계하고 노조와 대화를 거부하는 등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아리랑TV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언론진흥재단 등에도 낙하산 인사가 투하됐다. MBC 역시 방송문화진흥회의 외압 끝에 이사회 전원이 퇴진하는 등 공정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언론계 최대 현안인 종합편성채널 허용에 대해서도 반대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1~2개의 종편 채널을 신규 허용한다는 방침인데 언론학자의 73.5%가 “메이저 신문사들의 방송 진출로 여론 독과점이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고 답변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의 주장처럼 “채널이 늘어나 시청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는 답변은 8.8%에 지나지 않았다. “큰 차이 없을 것”이라는 답변은 16.3%로 집계됐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이 종편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초기 자본금이 최소 3천억~5천억원, 많게는 1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조달이 관건이라 다른 신문사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문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이른바 조중동이 방송에 진출할 경우 여론 독과점이 더욱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를 묻는 질문에 “낙하산 인사와 종편 허용 등을 앞세운 정치권력의 직접적인 압력”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61.9%나 된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기업 광고주를 비롯한 자본권력 눈치 보기”라는 답변은 24.5%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언론인 의식조사에서 언론인들이 “광고주보다 정치권력이 언론자유에 더 위협적”이라고 답변한 것(56.7%)과도 일치한다.

민영 미디어렙에 대한 입장도 방송통신위원회가 밀어붙이는 완전 경쟁체제와 거리가 멀었다. “매체 간 균형 발전을 위해 1공영 1민영 또는 2공영 1민영의 제한적 경쟁체제가 바람직하다”는 답변이 83.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경쟁력 확보와 시장확대를 위해 1공영 다민영 또는 1사1렙의 완전경쟁체제로 가야한다”는 답변은 15.0%에 그쳤다. 시장확대보다는 취약매체 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이야기다.

민영 미디어렙은 방송사의 공공성과 수익성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다. 현행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와 같은 공영 미디어렙이 방송사에 대한 광고주의 압력을 차단하고 지역방송이나 군소 케이블 채널을 지원하는 공공성 확보 측면이 있는 한편, 경쟁원리를 도입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반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시사고발프로그램이 위축되거나 선정성 경쟁으로 치닫게 될 우려도 존재한다.

종교방송과 지역방송이 1공영 1민영 체제를 지지하고 있는 가운데 광고주들은 다민영 체제를 선호한다. 시장확대를 노리는 MBC와 SBS 등도 다민영 체제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MBC 민영화의 수순으로 MBC를 민영 미디어렙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종편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조중동은 아예 종편을 미디어렙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내심 바라고 있다. 그러나 언론학자들은 완전경쟁 보다는 제한적 경쟁체제에 손을 들어줬다.

“신문사들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최우선의 해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43.5%가 “지면 쇄신을 통한 콘텐츠 차별화”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선택했다. “해법이 없다”는 비관적인 답변도 12.2%나 됐다. “구독 확장과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답변은 17.0%, “온라인 유료화와 뉴미디어 사업 확대”라는 답변은 22.4%로 집계됐다.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이라고 답변한 언론학자는 3.4%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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