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위가 “철도파업 때문에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는 지난해 12월 중앙일보 보도와 관련, “철도 파업과 해당 수험생의 지각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면서 정정보도를 내보내라고 조정 결정을 내렸다.


참고 : 중앙, “파업 때문에 대학 못 갔다” 보도는 거짓. (공공운수연맹)

문제의 기사는 지난해 12월4일 1면에 실린 “파업으로 열차 멈춘 그날 어느 고교생 꿈도 멈췄다”는 제목의 기사다. 철도 노조 파업 이틀째였던 11월27일, 경기도 시흥시 소래고등학교 3학년이던 이아무개군이 서울대 면접 시험을 보러 가던 도중 구로역 전동차 사고로 열차가 지연되는 바람에 면접시간에 늦어 대학의 꿈을 접었다는 내용이다. 이날 사고는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기관사가 구로역의 지리를 몰라서 발생했다.

중앙일보는 “그날 아침 멈춘 열차로 내 인생도 멈춘 듯하다”는 이군의 말을 인용하면서 “철도노조는 8일 만인 3일 파업을 접었는데 희준이는 대학의 꿈을 접어야 할 형편”이라고 보도했다. “철도노조에 이군이 피해를 본 것에 대한 손해배상이라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군의 학교 교장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공운수연맹은 이 기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조작된 것이라며 언론중재위에 중재요청을 했고 언론중재위는 정정보도 결정을 내렸다. 중앙일보는 이에 반발해 정식 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쟁점은 이군이 그날 왜 지각을 했느냐다.

중앙일보는 “이군은 27일 오전 7시 소사역 플랫폼에서 전철을 기다렸다”면서 “10분, 20분, 시간은 흘러가는데 열차가 오지 않았고 그때 ‘구로역 전동차 사고로 열차가 지연되고 있습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놀라운 일이다. 7시에 플랫폼에 서 있었던 이군이 왜 9시20분에서야 서울대입구역에 도착했을까. 소사역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는 평소 환승시간을 포함해도 50분이면 충분하다.

공공운수연맹이 확인한 그날 열차 운행상황을 보면 K36 열차가 7시25분에 부천역을 출발해 7시26분에 소사역에 도착, 구로역에는 7시51분에 도착한 걸로 돼 있다. 이군이 이 열차를 탔다면 신도림역에서 환승시간 10분과 신도림역에서 서울대입구역에 이르는 13분을 감안하더라도 8시20분 전후로 서울대입구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보다 앞서 7시19분과 7시22분에 출발한 열차도 있다.

이군이 최소한 7시26분 이전에 소사역에 도착했더라면면 지각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다. 구로역 사고는 8시 무렵이었는데 만약 이군이 이 사고 때문에 지각을 했다면 그때까지 구로역에 도착을 하지 못했다는 가정에서만 가능하다.

7시26분에 소사역을 출발한 K36 열차 다음 열차는 7시33분에 출발한 K38 열차인데 이 열차는 사고 이후인 8시8분에야 구로역에 진입한다. 이 열차가 신도림역에 도착한 시간은 9시16분이었다.

만약 이군이 7시26분 열차를 타기만 했어도 지각을 하지 않았을 텐데 7시33분 열차를 타는 바람에 지각을 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만약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도 7시33분 열차를 탔다면 이군이 8시45분인 입실시간까지 도착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까지 거리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날 사고 때문에 열차가 연착됐던 건 사실이지만 이군의 지각이 사고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군이 지각을 하지 않으려면 사고와 무관하게 늦어도 늦어도 7시26분 이전에 열차를 탔어야 했다.

(철도공사가 밝힌 이날 운행기록. 이군이 7시26분에만 탔어도 지각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군이 7시40분 열차를 탔다면 구로역 사고와 무관하게 지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밖에도 중앙일보 기사에는 논리적 모순이 많다. 사고는 8시에 났는데 이군이 플랫폼에서 사고로 연착됐다는 안내방송을 들었다면 그때는 이미 지각한 상태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중앙일보는 나중에 이군이 소사역이 아니라 부천역에서 열차를 탔고 이군이 전동차를 내렸다가 다시 탔으며 구일역에서 안내방송을 들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오히려 이군이 열차를 탄 시각이 7시33분 이후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여러 정황을 미뤄보면 이군은 7시33분 K38 열차도 놓치고 7시40분 K40 열차를 탔을 가능성이 크다. K38 열차는 구일역을 8시5분에 출발했는데 이 열차를 탔다면 이군이 구일역에서 멈춰서서 기다릴 이유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중재위는 “해당 수험생이 서울대 면접에 늦어 서울대에 불합격한 것과 철도노조 파업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는 내용의 정정보도를 하라고 결정했다. 중앙일보는 “열차 시간과 이군이 탄 장소는 바로 잡을 수 있지만 철도 파업으로 인해 이군이 늦은 것은 맞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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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Comment

  1. 집에 중앙일보가 공짜로 배달될 때여서
    이 기사를 직접 신문에서 보게 되었는데,
    1면 기사로 위엄있게 보도해놨더라구요ㅋㅋ
    처음 읽을 때 부터 냄새가 났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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