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띄운 집값, 이명박이 잡을까”라는 인터뷰 기사를 쓴 뒤 온갖 항의 댓글과 메일과 전화를 받았다. 물론 김헌동의 주장은 논란이 될 부분이 많이 있다. 최근 집값 하락이 과연 보금자리주택 때문인가 하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노무현과 이명박의 부동산 정책을 비교하는, 쓰기에도 읽기에도 불편한 기사였는데 김헌동의 주장과 논리를 반박하되 그가 말하려고 하는 본질을 읽어주기를 바란다.
김헌동의 주장은 공급을 늘려야 집값이 안정화된다는 공급 확대론자들의 주장과는 약간 다르다. 핵심은 공급이 아니라 가격이다. 정부가 나서서 가격을 끌어내려야 한다는데 있다. 그동안 반값 아파트 말은 많이 나왔지만 한번이라도 제대로 해본 적이 있나. 김헌동은 정부가 의지만 있자면 반의 반값 아파트도 가능할 거라고 주장한다. 반의 반값 아파트를 쏟아내서 집값을 끌어내려 보자, 그게 김헌동의 주장이다.
물론 우리는 이런 반값 아파트가 실제로는 소수의 로또 당첨자를 만드는데 그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오히려 투기심리를 부추기고 일확천금의 신화를 만드는 과거 사례도 많았다. 그래서 진보진영의 전문가들은 로또분양보다는 공공임대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김헌동은 공공임대도 좋지만 일부 로또 당첨자를 만들더라도 정부가 반값 아파트를 계속 쏟아낸다면 효과적으로 집값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무현과 이명박을 비교해서 많은 사람들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했겠지만 노무현이 집값을 잡을 의지가 있었든 없었든 단군 이래 사상 최대의 부동산 폭등을 불러왔던 건 부정할 수 없다. 집값을 잡겠다며 온갖 규제를 쏟아냈지만 정작 건설회사들의 폭리구조를 전혀 건드리지 못했고 집값이 걷잡을 수 없이 뛰는 가운데 공급을 방치하면서 부동산 불패신화를 만들어 냈다.
그때나 지금이나 소득 대비 집값이 비쌌던 건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지금 집값이 떨어질까. 김헌동의 주장에서 내가 주목하고 싶은 건 정부가 나서서 싼 집을 쏟아내야 집값이 떨어진다는 거다. 노무현은 그걸 하지 못했고 어쨌거나 이명박과 오세훈은 하고 있다. 이명박과 오세훈이 공급 확대론자에다 토건주의 신봉자라고 하더라도 반값 아파트와 장기전세 아파트를 만들어 내는 건 높이 평가해줘야 한다는 게 김헌동의 주장이다.
노무현 때 집값을 띄운 게 이명박이었다는 반박은 답변할 가치가 없는 것 같다. 그때도 이명박 탓, 잘 된 건 노무현 덕? 노무현 때 공급을 늘렸기 때문에 이제 와서 집값이 잡히고 있는 거라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노무현은 집값을 잡으려고 했는데 올랐고 이명박은 띄우려고 하는데 내리고 있다? 이 말은 일정 부분 사실이지만 노무현 때 건설회사들이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집값이 터무니 없이 비싼데도 계속 올랐던 건 나중에 더 비싸게 팔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때는 아무리 세금을 때려도 그래도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계속 올랐다. 그런데 그런 믿음이 갑자기 왜 깨졌을까.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의 심리적 영향도 있겠지만 더 이상 빚을 내서 집을 사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김헌동은 반값 아파트의 물량 공세도 이런 분위기에 한 몫을 했다고 본다.
60만호나 더 지을 필요가 있느냐, 60만명의 로또 당첨자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는 동의한다. 다만 집값은 저절로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자산가격 거품이 빠지는데 우리나라 부동산만 올랐다. 공공임대를 늘리는 게 가장 확실한 주거 대책이라고 믿지만 당장은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보내고 집값을 끌어내리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집값이 빠지면 공공임대 아파트를 새로 짓기 보다는 기존의 아파트를 정부가 싸게 사들여서 공공임대로 전환할 수도 있다. 공공임대 아파트가 꼭 대규모 신축 단지일 필요는 없다. 정부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집값을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명박에게 그걸 기대할 수 있을까. 이명박이 공공임대에 관심이나 있을까. 그걸 하도록 만드는 게 진보진영이 해야할 일 아닌가. 그게 김헌동의 주장이다.
이건 노무현이 잘 했느냐 이명박이 잘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세금을 때려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것도 좋지만 돌아보면 노무현 집권 시기의 투기 열풍은 세금으로 꺾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내가 김헌동의 주장에 동감하는 건 집값이 3~4배 이상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집값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정책을 써야 한다는 거다. 이명박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하자는 거다. 남은 3년을 그냥 버티기만 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