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패드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콘텐츠 소비를 뒤바꿔 놓을 혁신적인 발명품이라는 극찬이 있는가 하면 약간 넓어진 아이폰일 뿐 별 다를 게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다. 그러나 많은 언론사들이 아이패드의 등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콘텐츠 유료화는 물론이고 모바일 광고의 확산까지, 아이패드가 과연 사양산업의 기로에 들어선 신문산업에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아이패드는 애플이 지난 3일 출시된 태블릿 컴퓨터다. 가로 24.28cm, 세로 18.97cm, 두께 1.27cm에 무게는 0.68kg으로 생각보다 가볍다는 반응도 있고 한 손으로 들기에는 무겁다는 반응도 있다. 와이파이만 되는 모델은 499달러부터, 3G 이동통신 기능이 추가된 모델은 130달러씩 더 비싸다. 기능은 아이폰과 거의 비슷하지만 화면이 6배 가까이 넓고 배터리 지속시간이 훨씬 더 길다.
신문사들의 고민은 온라인에서 거의 무료로 뿌리고 있는 콘텐츠를 아이패드에서 과연 돈을 받고 팔 수 있느냐에 있다. 너무 비싸게 받으면 초기 흥행에 실패할 우려가 있고 그렇다고 너무 싸게 받으면 종이신문 독자들이 대거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 기존의 독자들을 잃지 않으면서 아이패드로 추가 수익을 만드는 게 관건인데 역시 최대 걸림돌은 온라인이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이패드는 신문사들에게 자칫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
아이패드 구독료 책정을 두고 뉴욕타임즈 편집국에서 벌어진 논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신문편집인협회에서 운영하는 에디터스웹로그가 인터넷 신문 고커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판매부서에서는 구독료가 월 20~30달러는 돼야 한다고 고집했는데 사업부서에서는 10달러 수준이 적절하다고 맞섰다. 월 30달러면 1년에 360달러가 된다. 아이패드 가격이 499달러부터라는 걸 감안하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닐 수 없다.
뉴욕타임즈는 아직까지 ‘에디터스 초이스’라는 이름으로 몇몇 기사를 뽑아 무료 어플리케이션으로 내놓았을 뿐 아직 전면 서비스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개발은 거의 끝난 상태인데 막판까지 가격 책정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커는 “뉴욕타임즈가 종이신문을 지키려고 구독료를 터무니 없이 높여 부를 경우 아이패드 유료화는 시작도 하기 전에 주저앉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즈는 결국 양쪽의 의견을 절충해 아이패드 구독료를 월 19.99달러로 책정했다. 기존의 아마존 킨들 구독료 13.99달러보다 6달러나 비싼데 킨들 구독료도 6개월 뒤에 이에 맞춰 인상할 계획이다. 아이폰 서비스는 아직까지 유료화 계획이 없는데 향후 무료 기사 비중을 줄여나가면서 유료화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뉴욕타임즈 종이신문 구독료는 월 30달러다.
한편 일찌감치 온라인 유료화에 성공한 월스트리트저널이 아이패드 구독료를 주 3.99달러, 월 17.29달러로 책정한 것도 주목된다. 무료로 가입해도 일부 기사를 볼 수 있지만 계속해서 광고와 구독 안내 창이 떠서 매우 번거롭다. 종이신문 구독자의 경우는 첫 2주는 무료, 2주일 뒤부터는 주 2.69달러, 월 11.67달러만 내면 아이패드에서도 신문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에서 뉴스를 볼 경우 주 1.99달러, 월 8.62달러만 내면 된다.
방송사들에게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ABC와 CBS 등 일부 방송국들은 벌써부터 인기 드라마를 무료로 내보내면서 시장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향후 단계적으로 유료 프로그램을 늘려간다는 계획인데 자연스럽게 모바일 IPTV를 구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는 TV 드라마 1회분의 다운로드 가격은 2~3달러 수준, 최신 개봉 영화는 5~15달러 수준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
언론사들이 아이패드에 열광하는 건 유료화 가능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종이신문과 전혀 다른 새로운 광고시장이 열릴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보여주고 끝나는 신문광고와 달리 모바일에서는 위치기반의 맞춤형 광고가 가능하고 인터랙티브(쌍방향)한 소통이 가능하다. 터치를 하면 곧바로 반응하기 때문에 몰입도가 높고 그만큼 광고 효과도 크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마법 신문을 연상케 한다는 반응도 많다.
아이패드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한 언론사들에 벌써부터 광고 문의가 쇄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뉴욕타임즈는 신용카드 체이스사파이어와 60일 계약을 체결해서 내보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페덱스나 코카콜라 등과 월 10만달러 상당의 광고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2~3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전면 광고가 뜬다. 우리나라의 대한한공도 시사주간지 타임의 아이패드 판에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온라인 광고 대행사인 하바스디지털의 퍽 트루옹 이사는 뉴욕타임즈와 인터뷰에서 “한 언론사 어플리케이션에 독점적으로 광고를 게재하는데 7만5천에서 30만달러의 비용이 든다”면서 “아이패드 등장 이후 몇 달 동안은 언론사들의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광고주들은 인쇄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종이신문보다 광고 단가를 크게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한 발 더 나가 직접 광고 대행업까지 맡고 나선다는 계획이다. 온라인에서 확보한 주도권을 모바일로 넓혀 가려는 구글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애플은 최근 아이애드라는 모바일 광고 플랫폼을 공개했는데 애플이 직접 광고를 수주해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어플리케이션에 삽입하고 광고비를 콘텐츠 공급자나 어플리케이션 개발자와 6 대 4로 나눈다는 계획이다.
애플의 최고 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올해 아이폰과 아이팟터치 사용자가 850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들은 하루 평균 30분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데 이들이 3분마다 광고를 하나씩 본다면 하루 10개의 광고를 보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잡스는 “아이폰과 아이팟터치 사용자가 1억명으로 늘어나게 되면 하루 10억개의 광고를 띄울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의 모바일 광고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아이패드는 잡지 시장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의 넓고 시원시원한 화면은 잡지와 잘 어울린다. 별도의 조판이 필요한 종이신문과 달리 잡지는 종이에 인쇄한 그대로 화면에 띄울 수 있다. 오히려 비좁은 종이의 한계를 뛰어넘어 화려한 시각적 효과와 입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정보기술 잡지 와이어드는 “우리는 이런 디바이스를 15년 동안 기다려왔다”면서 “라디오에서 TV로 넘어가는 것과 같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경제 김광현 전문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아이패드가 신문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살펴보다가 엉뚱하게도 잡지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인터뷰 기사를 읽다가 사진을 터치하면 동영상이 뜨면서 독자들에게 말을 건넨다. 광고를 보다가 자동차를 360도로 돌려볼 수도 있다. 모델이 입고 있는 옷을 터치하면 가격 정보가 뜬다. 영화 리뷰 기사를 읽다가 직접 동영상 클립을 볼 수도 있다.
만화 제작회사인 마블코믹스는 아이패드를 통해 스파이더맨과 헐크 등 500여편의 만화를 제공하고 있는데 1권에 1.99달러로 그리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죽어가던 만화 시장이 아이패드 덕분에 다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출판 시장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자 책이 얼마나 종이 책 시장을 대체할 것이냐가 관건이지만 애플 아이북스는 문을 열자마자 아마존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올랐다.
“애플은 사방에 적을 만들고 있다.”
폐쇄적 비즈니스 모델, 소수 마니아 전유물에 그칠 수도.
아이패드가 칭찬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3G망 공유를 차단해 논란이 됐고 와이파이 모델에서 GPS(위성항법장치)를 뺀 뒤 3G 모델은 가격 차이를 130달러나 벌려놓았다. 윈도우즈에서 많이 쓰는 AVI나 WMV 같은 동영상 파일 형식을 지원하지 않는 것도 매우 불편하다. 전자 책은 아이북스에 올라온 것만 볼 수 있고 별도로 PDF 파일을 담아서 읽을 수는 없다.
아이패드가 올해 엄청나게 팔릴 거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애플의 독선적인 행보가 스스로 발목을 잡게 될 거라는 관측도 끊이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보다는 소비자들을 감동시켜 결국 굴복하게 만드는 무모한 자신만만함, 모든 걸 직접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폐쇄적인 앱스토어, 경쟁회사들의 목줄을 죄는 도발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애플의 강점이면서 한계이기도 하다.
우선 애플 덕분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플래시가 사라질 운명에 놓여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웹 사이트가 플래시로 도배가 되다시피 하고 있지만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플래시를 차단하는 정책을 고수하면서 플래시를 포기하는 사이트가 늘어나고 있다. 애플은 시스템 리소스를 많이 잡아먹는다는 이유로 플래시를 배제하기로 했다. 세상의 컴퓨터 99% 이상에 깔려 있다는 플래시 플레이어를 공급하는 어도비로서는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플래시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브 엑스도 폐기 처분될 운명이다. 애플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만 지원하는 공인인증서 방식의 인터넷 뱅킹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HTML5를 도입하면 액티브 엑스를 설치하지 않고도 웹 브라우저 차원에서 공인인증서 수준의 보안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웹 브라우저 기반의 웹 플랫폼과 어플리케이션 기반의 앱 플랫폼이 한동안 주도권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플래시나 액티브 엑스는 문제가 많다. 버림받고 구시대의 유물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애플은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랬던 것처럼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독점해 시장을 송두리째 장악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애플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아마존 등을 모두 적으로 만들고 있다. 경쟁자들을 모두 고사시키고 스스로 표준이 되려는 것처럼 보인다.
정보기술 전문 인터넷 신문 테크크런치는 “잡스의 고집이 과거의 애플로 돌아가게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금이야 아이팟이나 아이폰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지만 과거 애플 맥이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에 그쳤던 것을 상기하라는 이야기다. 테크크런치는 “잡스가 지금은 이기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길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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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스토어를 통해서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점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이북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